2년간 공급규칙 15회 바뀌어…부적격 판정 3분의 2 '단순실수'
11일부터 더 복잡해져…분양권·입주권 보유 경력자 청약 유의해야
[난수표 청약제도] 제지역 당첨자 15%가 부적격자 "청약하기 겁나"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수억원 이상 낮아 지난달 청약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리더스원.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당첨자 232명중 38명이 청약 부적격자로 처리돼 당첨이 취소됐다.

건설사가 골라 낸 부적격 의심자가 90명에 달했으며 소명 절차를 거쳐 당첨자의 16%가 최종 부적격자로 처리됐다.

대부분 청약가점제 점수를 잘못 기입했거나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의 당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청약자격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제도가 수시로 바뀌고 내용도 복잡해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부적격자가 돼 청약통장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며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 제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자를 위해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실수로 인해 청약자격을 잃는 사람들도 급증하는 것이다.

청약 제도가 '난수표'가 됐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규제지역 부적격자 평균 15%…비규제지역의 2배 넘어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해 적발된 청약 부적격자 수는 총 2만1천804명에 달했다.

1순위 당첨자 23만1천404명의 9.4% 수준이다.

이 가운데 3분의 2인 1만4천498명(66.5%)은 청약 가점을 잘못 계산하는 등 단순 실수로 부적격 처리가 됐다.

재당첨 제한 규정을 어겼거나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경우도 전체의 25.9%에 달했다.

청약 자격이 까다로운 규제지역내 부적격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연합뉴스가 올해 신규 분양을 진행한 10대 건설사의 청약조정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내 분양현장 10여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규제지역내 부적격자 비율은 평균 15.7%에 달했다.

100가구를 일반분양했다면 15명, 1천가구를 분양한 경우 150명 이상이 부적격자로 판정돼 청약자격을 잃은 것이다.

한화건설이 올해 분양한 노원 상계 꿈에그린은 92가구 일반분양에서 19.6%인 18명이 부적격자였다.

대우건설이 과천 주공1단지를 재건축하는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일반분양 당첨자의 약 20%가 부적격자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규제지역은 청약제도가 단순해 부적격자 비율도 6∼7% 선으로 낮은 편인지만 제도가 복합한 규제지역은 2배가 넘는 15∼16%, 높은 곳은 20% 이상 부적격자 나온다"며 "갈수록 부적격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난수표 청약제도] 제지역 당첨자 15%가 부적격자 "청약하기 겁나"
◇ 연평균 3.5회 잦은 제도개선…"공무원도 헷갈려"

최근 청약 부적격자가 급증한 것은 잦은 제도개선 때문이다.

1978년 5월 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달 11일 시행하는 개정안을 포함해 40년 간 총 139번이 개정됐다.

연평균 3.5회씩 제도가 변경된 것이다.

특히 2015년 한 해 동안 무려 10번이 개정됐는가 하면 지난해 7번, 올해 들어서도 5번 바뀌는 등 최근 2년 사이에도 벌써 15번이 개정됐다.

정권마다 주택 경기 조절 수단으로 청약규제를 묶었다 풀었다를 반복한 결과다.

이렇다 보니 모든 청약제도를 제대로 숙지하는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부 담당자도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약예정자들은 "아파트 청약이 대학입시 보는 것처럼 긴장된다"고 토로한다.

복잡한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의 책임은 모두 청약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청약가점제 입력부터 난제다.

스스로 본인의 점수를 매겨 기입해야 하는데 집을 여러차례 사고 팔았거나, 무주택 기간 산정 기산일(미혼 만 30세, 만 30세 이하 기존은 혼인신고일)부터 착오를 일으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배우자나 가족 등 구성원의 과거 주택 보유 이력을 미처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도 잦다.

최근엔 청약조정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내 청약제도가 까다로워지면서 청약 신청 관문이 더 높아졌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일반분양이나 조합원 분양에 당첨된 사람도 1순위 당첨으로 간주돼 지구내 정비사업 분양분에 대해 5년내 재당첨이 금지되는데 이런 규정을 모르고 있다가 부적격자로 처리된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종전에는 조합원 분양은 일반 청약이 아녀서 당첨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가 2016년 11·3 부동산 대책에서 이런 기준을 도입했는데 정작 청약자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다자녀 등 특별공급의 자격요건은 이와 또 다르고, 복잡하다.

◇ 11일부터 또 바뀌는 청약제도…"대학입시 같다"
가뜩이나 난수표 소리를 듣는 청약제도가 이달 11일부터는 또 바뀐다.

지난 9ㆍ13대책의 후속조치로 분양권, 입주권 보유자를 유주택자로 간주하면서 청약가점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 승인 신청분 주택의 공급계약 체결일 또는 분양권을 매수 신고해 매매잔금을 완납한 날로부터 주택소유자로 본다는데 이를 일반인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청약할 지 모르겠다"며 "한동안 무주택 기간 산정하는데 무더기로 오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지역내 1주택 보유자도 청약시 주의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한다는 약정을 해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남은 추첨제 잔여 물량에 대해 청약 기회가 생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자는 과거 주택을 소유한 경력을 따져봐야 한다.

집을 한 번이라도 소유했다면 특별공급 우선 청약에서 배제되고, 주택 매도후 무주택 기간이 2년이 지난 경우에 한 해 2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청약제도 개편의 취지는 바람직하나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제도 담당자로 헷갈리는 복잡한 청약제도를 국민들이 완벽하게 숙지하고 청약에 임하라는 것은 어려운 시험 문제를 주고 100점 만점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청약제도를 알기 쉽게 알려주고,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