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아파트값 전망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8% 상승(평균 가격 기준)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불확실성도 높다 보니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내년 집값 전망 극과 극…"꺾인다" vs "8% 상승"
연구소 대체로 비관적

전문 연구소들은 대체로 내년 주택시장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기준)은 1.1%, 전세가격은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집값 전망을 보면 지방은 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1% 상승한(4분기 추정치 포함) 수도권도 내년에는 0.2%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서울 집값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런던, 시드니, 밴쿠버, 뉴욕 등 글로벌 선도도시 주택가격이 지난 8월 이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고가주택 수요자들이 장기 보유를 선택한 서울의 상대적 강세는 유지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선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은 거시경제 부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주택산업이 고강도 규제와 미분양주택 적체 등으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금융위기 때 20%를 넘었다가 2016년 9.2%까지 떨어졌던 건설업 내 한계기업(경쟁력 상실로 성장이 어려운 기업) 비중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 ‘2019년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올해도 특정 지역·특정 아파트만을 중심으로 호황이 나타났을 뿐 전국적으로는 위축 조짐을 보였다”며 “이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중소 주택업체의 자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가 전망 극과 극

증권가의 내년 서울 주택시장 전망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내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금 부담으로 투자 수요가 빠지기 때문이다. 채 연구원은 “실수요의 힘만으로는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며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규제를 피한 6억원 이하 중소형 주택,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중대형 등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전국 집값 상승률(KB부동산 평균 가격 기준)은 4.8%, 서울 집값 상승률은 8.4%로 전망했다. 올해 전국(9.8%) 및 서울(21.4%) 상승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또 경기는 7%, 인천은 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은 3% 떨어져 올해의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보다 내년 주택시장이 좋지 않지만 하락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방은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서울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규제로 분양가격이 주변시세 대비 수억원 낮게 책정되고 있어 실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년 상반기까지 소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 팀장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보면 여전히 주택 구매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부동산 컨설턴트인 아기곰(필명)은 내년 서울 집값(지수 변동률 기준)이 2016~2017년 수준인 5%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1117조원으로 역대 최고치이고, 양도세 중과세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증가로 매물이 부족해서다. 그는 “서울은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