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조합원 임시총회가 출석자 수 미달로 무산됐다.    /양길성  기자
13일 열린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조합원 임시총회가 출석자 수 미달로 무산됐다. /양길성 기자
서울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9510가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지연이 현실로 다가올 우려가 커졌다. 입주 여부를 결정할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에 관한 조합원 투표가 무산돼서다. 전세계약을 맺은 이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13일 오후 2시 가락동 탄천축구장에서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오후 3시30분께 해산을 선언했다. 총회 의결 요건인 조합원 과반 출석(서면결의서 제출자 포함)을 충족하지 않아서다. 이날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총회 시작 시간이 1시간30분 지났으나 참석 조합원이 과반수에 크게 못 미쳐 임시총회 유예를 선포한다”며 “추후 임시총회를 재소집해 사업시행계획 변경 등 8개 안건을 다시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시총회 무산으로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는 당초 예정된 올 12월 말에서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겼다.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이 총회 통과를 못해서다. 해당 안건이 총회 통과를 못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주 및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한다. 현행법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시행계획대로 건물을 지었는지 점검해야 입주 및 준공 허가가 나온다. 송파구청은 지난 9일 “사업시행계획 변경 건이 부결되면 준공 및 입주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공문을 조합에 보냈다.

임시사용승인을 받으면 정상적인 입주가 가능하긴 하지만 임시사용승인 가능 여부에 대한 송파구와 입주자협의회 견해는 완전히 다르다. 송파구 관계자는 “계획대로 지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임시사용승인 요건(관리처분계획 점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12월 입주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훈 입주자협의회 공동대표는 “준공 승인 전이라도 구청장이 임시사용승인을 내 줄 수 있다”며 “안건 통과가 안 되면 입주가 어렵다고 하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입주 지연의 근본 원인은 조합원 간 생각 차이다. 일부 조합원과 분양자 4400여 명으로 이뤄진 입주자협의회는 “현 조합장을 믿을 수 없다”며 총회 인준을 거부했다. 조합이 사업 과정에서 LED(발광다이오드)등 설치, 임대주택 발코니 확장 공사 등에 쓰일 공사비 150여억원을 총회 의결 없이 증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9월 임시총회에서 사업시행 변경안은 한 차례 부결됐다. 박 대표는 “조합원 동의 없이 도급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조합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지연이 현실화되면 집주인, 세입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 물량은 9510가구에 이른다. 내년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입주 물량(1만5912가구)의 절반을 웃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주가 늦어지면 올 12월 입주를 가정해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와 집주인 간 법적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