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면서 9월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확 줄었다. 잠실 주요 단지 부동산에는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한경DB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르면서 9월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확 줄었다. 잠실 주요 단지 부동산에는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한경DB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전월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여파로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호가를 1억~2억원가량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거래량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거래 70% 감소…10월 1000건 밑돌 듯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3일까지 집계된 거래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 4606건을 기록해 8월(1만4569건)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대부분 9·13 대책 발표 이전 거래분이다. 9월1~13일 3806건이 집중된 데 비해 9월14~30일엔 800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지난달 14일부터 다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받는 담보대출이 원천 차단된 영향이다. 1주택자의 대출 또한 기존 주택 2년 내 처분 등의 조건이 생기면서 까다로워졌다.

거래 감소폭은 전방위 규제가 가해졌던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엔 5114건이 거래돼 전월(1만4947건) 대비 65%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전월 대비 감소폭이 68%로 1년 전보다 컸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주까지 서울 전역에서 388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9·13 대책 이후 보름여 동안 거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추세대로라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00건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거래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월간 매매거래가 1000건을 밑돈 적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한 차례도 없다. 대세 하락장이 시작되던 2008년 11월 1163건이 역대 최저다. 앞으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하는 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등록 혜택까지 크게 줄어들어 당분간 거래절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루평균 거래량으로 보면 감소폭은 더 두드러진다. 거래량이 정점이던 지난해 7월엔 하루 482.1건이 거래돼 500건에 육박했다. 8·2 대책 직후 크게 감소했지만 8월 평균 164.9건으로 100건 중반을 넘겼고 이후로도 하루평균 200건을 웃돌았다. 올해 1월과 8월엔 각각 405.2건과 469.9건으로 다시 400건을 넘겼다. 하지만 9·13 대책 발표 당일까지 하루평균 122.7건이던 지난달 거래량은 이후 25.8건으로 5분의 1가량으로 감소했다. 이달 들어선 하루평균 12.5건에 불과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이들 지역에선 8월 한 달 동안 2179건이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608건으로 68%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는 48건이 거래됐을 뿐이다.

신고일 기준으로 보면 정반대다.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크게 늘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신고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달 1만2399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는 68% 급증한 수준이다.

거래일 기준과 신고일 기준 통계의 차이가 큰 건 실거래신고 기간이 거래일부터 60일 이내인 까닭이다. 7~8월 거래분이 9월에 몰려 신고된다면 9월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거래량 집계는 대개 신고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착시가 발생한다. 신고일 기준 9월 거래량이 급증한 건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던 지난 여름 거래분이 한꺼번에 신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축은 여전히 강세

대출이 꽉 막히면서 준공 연차가 오래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도 이뤄졌다. 준공 30년차인 서울 일원동 우성7차 전용면적 83㎡는 새 대출규제가 시작된 지난달 14일 2층 물건이 14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1월 이후 최저가로 거래됐다.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3개월 평균 매매가격은 15억1900만원이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8월 말 전용 140㎡가 45억원, 107㎡가 38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썼지만 호가가 다소 내렸다.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9·13 대책 이후부터는 호가가 1억~2억원씩 빠졌다”며 “연말께 관리처분인가 이후 양도한다면 입주권으로 분류돼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불가능하다 보니 서둘러 가격을 낮춰 팔고 나가려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문정동에선 문정시영 전용 35㎡가 지난달 15일 4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10층 물건이 거래된 가격(4억6000만원)보다 3000만원가량 낮다. 상계동 은빛2단지 전용 59㎡도 3억~3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보다 2000만~3000만원 정도 빠졌다.

주요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는 오히려 최고가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마곡동에선 마곡엠밸리13단지와 14단지가 나란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는 이달 3일 전용 59㎡가 9억4700만원에 거래되면서 일대 소형 면적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인근 마곡엠밸리14단지는 지난달 14일 11억원에 손바뀜해 종전 최고가인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직전 거래였던 7월(9억4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길음뉴타운에선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인근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84㎡가 지난달 말 9억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9억원을 찍었다. 거래가 급감한 강남에서도 최고가가 나왔다. 대치동 ‘대장 아파트’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의 매매가격이 30억원에 근접했다. 지난달 19일 8층 물건이 27억9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23억7000만~26억원 선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올여름 강북 최고가 아파트 대열에 합류한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호가 변화가 크지 않다. 배찬석 아현스타공인 대표는 “전용 84㎡가 14억~15억원 수준”이라며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수 시기를 놓친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일선 중개업소에선 신축 아파트의 나홀로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교남동 상경공인 이상식 대표는 “초강세를 보이던 입주 1년 안팎 단지들은 2년차를 넘기는 시점에 변곡점이 올 것”이라며 “매물 기근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맞춘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