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 확대 이후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결혼 4년차 A씨. 마침 소득 기준도 맞고 아이도 태어나 당첨의 꿈을 키우던 그는 이번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을 보고 기가 막혔다. 혼인 기간 중 주택을 보유한 이력이 있으면 청약 자격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10년 전 매매한 반지하 자취방(전용 33㎡)이 문제가 됐다. A씨는 “신혼부부가 사는 집이라 보기 어려운 방 한 칸인데다 집값도 얼마 하지 않는데 특공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불합리적”이라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가 신혼기간 중 주택을 처분한 신혼부부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 갑자기 특별공급 청약 자격을 잃은 신혼부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주택공급제도 개선안이 내달부터 시행되면 기존 입주자 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판단했던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대상자의 무주택 요건이 혼인신고일로 소급 적용된다. 즉 신혼기간 중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이용한 주택 투기 수요를 차단해 실수요 무주택신혼부부에게 주택이 특별공급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갑자기 특별공급 청약 자격을 박탈 당한 신혼부부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개정안의 불합리를 주장하는 신혼부부들의 의견서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미혼일 때 자취방으로 사용하던 주택을 결혼 후 처분했거나 작은 빌라를 매매해 신혼을 시작한 이들은 "난데없이 투기 수요로 몰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투기 목적 없었다” 억울함 토로

1억 초반의 작은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한 B씨는 “돈이 어느정도 모이면 처분하고 특공을 넣으려고 했다는데 단칸방에서 작게 시작해 부지런히 넓혀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던 게 서글플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자취할 때 경기도권에 4500만원 짜리 반지하 다세대 주택을 얻어 살다가 결혼했다”며 “시세 차익을 생각할 만한 집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투기수요로 몰리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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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조치가 지난 5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늘리고 혼인 기간 등 자격 기준을 완화한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어서 시장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2배 확대하고 자격기준을 혼인기간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소득기준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서 120%(맞벌이 130%)로 완화했다.

혼인 기간 확대로 특공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D씨는 “기존 살던 집을 처분하고 특공 청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5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자격이 박탈될 줄 몰랐다”며 “그 사이 집값이 뛰어 기존 집은 그 가격에 다시 사지도 못하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꼴”이라고 호소했다. E씨는 “2억짜리 빌라를 매입해 신혼 생활을 한 신혼부부와 5억대 고가 전세에 사는 신혼부부 중 누가 서민 실수요자인거냐”며 “단순히 주택을 보유한 적이 있다고 해서 투기 수요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소형 저가주택 배제 등 보완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관련 개정안이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형 저가주택을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등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관측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민영주택 청약 가점을 계산할 때 주거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으로서 수도권은 주택가격 1억3000만원 이하(수도권 외 8000만원 이하)인 소형 저가주택 소유 기간은 무주택기간으로 간주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자의 주택 보유 이력을 분류할 때도 투기 목적이 전혀 없는 소형 저가주택을 제외해주는 등의 조치가 보완된다면 억울한 실수요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무주택 상태인 신혼부부라면 과거 주택 보유 이력이 있어도 특별공급 청약 자격을 주되 일반공급처럼 무주택 기간을 점수화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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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전세 세입자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소득기준 외 자산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게 특별공급의 취지인 만큼 ‘금수저’ 청약자를 배제하기 위해 자산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간분양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별도의 자산 기준이 없는 상태다. 반면 연말부터 분양을 시작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엄격한 자산 기준이 도입돼 부동산·자동차·예금·주식 등을 합친 금액에서 빚을 뺀 순 자산이 2억5060만원을 넘으면 신청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이 확대되고 혼인기간 등 기준이 완화되면서 일부 신혼부부들이 잘 살던 집을 갑자기 처분하고 특별공급을 받자고 나섰다”며 “이런 행태는 기존 특별공급 취지와 어긋난다고 판단해 내용을 개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며 “내달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관련 내용이 보완되거나 바뀔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덧붙였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