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한경DB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작년 같은 기간 누적 상승률보다 5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 8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상승률 최대 7배

'8·2대책'때보다 상승폭 50% 더 커진 집값… 이달 말 투기지역 확대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8월 첫째주 기준)은 4.53%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1% 올랐다. 구별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7배 높아졌다. 성북구 상승률은 지난해 0.79%에서 올해 5.40%로 급등했다. 지난해 2.45%였던 용산구의 상승률은 올해 7.95%로 세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마포구(2.95%→7.04%) 광진구(2.67%→5.22%) 동대문구(2.20%→5.19%) 서대문구(1.99%→5.33%) 동작구(3.80%→6.22%) 등의 상승률도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상승률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경기도에서는 과천과 광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과천 상승률은 1.14%에서 6.81%로 6배로 커졌다. 광명은 지난주(0.35%)와 이번주(0.64%)에만 1% 가까이 올랐다. 이동환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철산동 재건축 기대에 따른 매물부족 현상이 하안동, 소하동으로 이어지며 광명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부족 등이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투자자가 아니라 실수요자”라며 “재건축 조합원 지분 거래 금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매물이 더 줄어들자 작은 매수세에도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수요 억제책은 단기적인 효과밖에 내지 못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투기지역 추가 지정 검토

'8·2대책'때보다 상승폭 50% 더 커진 집값… 이달 말 투기지역 확대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각 구청, 국세청, 한국감정원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부동산거래조사팀’을 구성해 오는 13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이뤄진 실거래 신고내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주변 시세보다 낮거나 높게 신고한 거래, 편법증여 및 불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 등이 집중조사 대상이다. 조사기간은 오는 10월까지로 정했지만 집값 불안이 지속되면 연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의 추가 지정 가능성도 열어놨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이달 안에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원칙적으로 작년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추가로 지정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지역은 어디?

'8·2대책'때보다 상승폭 50% 더 커진 집값… 이달 말 투기지역 확대
서울에선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네 곳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7월 평균 집값 상승률은 종로구 0.50%, 중구 0.55%, 동대문구 0.52%, 동작구 0.56% 등이다. 모두 물가상승률 기준(0.5%)을 넘어섰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투기과열지구 규제에 더해 주택담보대출을 종전 세대원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제한받는다.

집값 상승률이 높은 경기도 일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될 전망이다. 7월 한 달간 0.42% 오른 광명시는 이미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양은 평촌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다 5월 분양한 평촌 어바인 퍼스트의 청약경쟁률이 평균 48 대 1을 기록한 터라 조정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대구 중구와 광주광역시 동구 등이 청약조정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구 중구는 재개발 등의 호재로 지난달 집값 상승률이 0.57%에 달했다. 광주광역시 아파트값도 최근 재개발 등 정비사업 영향으로 급등하고 있다. 반면 올 들어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부산시 일부는 청약조정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투기 관련 지역 조정 외에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도 검토하고 있다.

서기열/윤아영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