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 "직장위치·출근시간·가격대 입력하면 내게 맞는 아파트가 딱~ 뜨죠"
서울 강남역 20분 거리, 전용면적 84㎡의 매매 가격이 5억원 안팎이면서 준공된 지 10년이 넘지 않은 아파트는 어디일까. 이처럼 복잡다단한 조건에 맞춰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는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FindAPT)’가 부동산 수요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발자는 온라인에서 ‘구피생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사진)다. 그는 낮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다. 하지만 퇴근 후엔 열정적인 1인 개발자로 변신한다. 최근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한창이다. 이달부터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한 서비스도 시작한다.

◆실수요자 맞춤형 검색엔진

김 대표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를 위해 연구했던 데이터를 보면서 역발상한 게 시초였다. 그는 “웬만한 부동산 앱이나 사이트에 들어가면 지도 위에서 동네부터 선택해야 한다”며 “하지만 수요자들은 이사가려는 지역의 아파트가 어떤 조건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조건을 먼저 입력하면 해당하는 단지가 검색되도록 순서를 바꿔봤다”고 말했다.

파인드아파트는 수요자의 직장 위치와 원하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노선, 아파트의 매매·전세가격과 가구 수, 준공연차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여기에 맞는 아파트를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 수도권 1만4000여 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600만 건의 실거래가 정보가 바탕이다. 가격 정보는 매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김 대표는 “2~3개월 동안 퇴근 후 짬짬이 만들었다”며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데이터베이스(DB)와 구글지도 등 몇 가지 공개 플랫폼(API)을 갖고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부분의 아파트 검색 서비스는 가격과 면적 정도의 조건을 요구하지만 실생활에 밀접한 다른 조건을 넣다 보면 전혀 몰랐던 단지가 나오기도 한다”며 “이를 수요자와 매칭해주는 게 파인드아파트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앱 개발과 함께 ‘큐레이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역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가격대의 대안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5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서울 당산동의 20년차 전용 84㎡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에겐 비슷한 가격대의 공릉동 3년차 신축 아파트를 제안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수요자가 지금보다 편하게 살 만한 집을 찾도록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며 “집 한 채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미력하게나마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반기 집값 보합세 이어질 것”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가파르게 올라 전용 84㎡를 기준으로 7억원대를 넘어섰지만 수요자들의 눈높이는 그보다 낮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의 파인드아파트 검색기록 23만여 건 가운데 13만 건이 4억~6억원대의 아파트에 집중됐다”며 “예산 10억원 이상을 설정한 이들은 전체의 3% 정도인 약 5800건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단순 검색 결과인 만큼 통계적 의미는 크지 않겠지만 신축 아파트가 10억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여전히 한참 저렴한 집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 정보를 다루다 보니 매일같이 통계와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게 김 대표의 일이다. 그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거래심리는 가라앉았지만 지역별로 가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4월 이후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시각이 많았지만 길음과 신도림 등 전용 59㎡의 매매가격이 6억원을 넘지 못하던 지역에서 전고가 대비 10% 이상 높은 실거래가 신고가 하나둘 이뤄졌다”며 “5월 이후론 은평구와 관악구 등 외곽지역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따라오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올해 초 강남에서 시작된 가격 변동이 마포와 성동 등 비강남권 1급지에 이어 외곽으로 번지면서 전체적인 ‘키맞추기’가 이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그는 “가격 정배열이 이뤄진 만큼 당분간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 보합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 입주물량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주수요 또한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보유세의 경우 투자자라 하더라도 강남 고가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게 아니라면 연간 세액이 몇십만원 오르는 정도의 미시적 변화에 그칠 뿐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가격 상승 요인이 눈에 띄지 않지만 시장을 흔들 것이라고 지목되는 요인도 대단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