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고시’로 불리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10~30대 응시자가 몰려들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데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고용불안 등이 10~30대 응시자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제28회 공인중개사 1·2차 시험에 응시한 20~30대는 7만8245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38%를 차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0대는 1만3928명에서 2만3239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10대 응시자도 같은 기간 143명에서 600명으로 약 4배로 급증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청년들이 몰리면서 2013년 10만2160명이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지난해 20만5197명을 기록하며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 서초동 A공인중개사학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퇴직한 50~60대가 주로 찾았는데 요즘은 20대는 물론 30~40대 주부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는 이유는 중년들의 사정과 비슷하다. 막연한 미래에 ‘보험’ 하나가 필요해서다.

대학생 임모씨(25)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달부터 공인중개사 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요즘은 평생직장 개념도 없어 노후 대비용으로도 자격증을 따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씨(32)도 “이론과 관련법을 배우면 부동산 투자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달부터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며 “회사 생활로는 미래를 보장하기도 쉽지 않아 자격증을 따놓으면 심리적으로도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응시자가 늘면서 개업 공인중개사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개업 중인 공인중개사 수는 2만456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신규 개업자만 670명에 이른다.

이처럼 공인중개사 응시생과 자격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등으로 최근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는 등 중개업소 운영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8665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7.2%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도권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2008년 8만9428명이던 공인중개사 2차 시험 응시자 수는 2013년 3만9343명으로 급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시장 환경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개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