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이주 본격화… 전셋값 하락 멈추나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강남권 전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들은 하반기 강남권에서 2만 가구 정도가 이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설계 변경을 이유로 이주를 연기하는 대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어 실제 이주는 1만5000여 가구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연내 입주 물량과 이주 물량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추가로 이주를 연기하는 단지도 나올 것으로 보여 강남권 전세가격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대단지 이주 내년으로 밀려

하반기 강남3구의 이주 물량은 1만5000여 가구, 입주 물량은 1만3495가구 정도다. 서울시 재건축 클린업시스템과 건설사별 아파트 준공일정 등을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다.

이주 물량을 보면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이 오는 18일 이주를 시작한다. 다음달 중순에는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이, 8월엔 송파구 신천동 잠실미성·크로바가 관리처분계획이 나올 경우 이주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이주를 앞두면서 최근 하락세가 뚜렷했던 일대 전세시장이 다소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올해 강남권에서 2만 가구 이상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이주 물량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가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설계 변경이다. 작년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속도전을 벌이면서 여러 단지가 시공사 선정 전 조합의 자체 설계안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제출했다. 지난달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서초신동아(999가구)가 그런 예다. 이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대안설계를 적용해 새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합원 총회 의결 등이 필요하므로 내년 2~3월께 이주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관리처분인가 획득 여부가 결정되는 잠실 진주아파트조합(1507가구)도 내년 상반기께 이주를 예상하고 있다.

연말 관리처분인가가 예정된 단지도 연내 이주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가 동절기 이주를 사실상 금하고 있어서다. 통상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비 협의 등을 거쳐 실제 이주가 시작되기까지는 약 2개월 걸린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090가구), 한신4지구(2898가구) 등은 예정에 따라 오는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더라도 바로 이주에 나서기 어렵다.
강남 재건축 이주 본격화… 전셋값 하락 멈추나
◆“전셋값 안정세 지속”

강남3구 이주·입주물량 격차는 1594가구로 이주물량이 더 많다. 그러나 이 정도 수급 불균형은 강남권 전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일단 기존 재건축 단지 세입자들은 강남권에서 새 둥지를 구하기 어렵다. 기존 단지의 전세가는 전용면적이 작고 건물이 오래된 데다 이주·철거를 앞두고 있어 강남권 평균보다 훨씬 저렴해서다. 지난 4월 이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서초구 방배13구역(2911가구) 등이 그런 예다. 전용 35~60㎡ 중소형으로 구성된 개포주공1단지는 연초 대부분 주택형이 전세가 1억원 초반에 거래됐다. 개포동 D공인 대표는 “기존 주민들은 전세 보증금을 상환받더라도 개포동에 전셋집을 구하긴 힘들다”며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대형 이주 수요는 인근 지역 입주물량이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송파구에서는 951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사진)가 12월 입주할 예정이다. 신천동 A공인 대표는 “송파구 일대는 초대형 단지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가 확 빠진 상태라 오히려 재건축 멸실 물량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덕분에 전세가격이 더 빠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