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잠원동 일대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달부터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영향이다. 공급이 일시에 몰리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전셋값을 낮추고 있다.

6일 잠원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뷰’가 이번주부터 집들이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몇 달 전만 해도 15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엔 9억원 아래로도 나온다. 지난달 초만 해도 한강을 한쪽으로만 조망 가능한 중저층이 10억원 안팎에 계약됐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값이면 한강을 양면으로 볼 수 있는 중고층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K공인 관계자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5000만~1억원 정도 내렸다”고 전했다.

입주를 전후로 전셋값이 크게 내리다 보니 계약자 사이에선 불만 아닌 불만도 나온다. 한 세입자는 “사전점검 직후가 저점이라 생각하고 계약했는데 더 떨어졌다”며 “1억원을 더 준 거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통상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때는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처럼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는 건 주변에 새 아파트 공급이 몰린 영향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잠원동과 반포동 일대에선 아크로리버뷰를 시작으로 ‘신반포자이’(7월·607가구), ‘반포래미안아이파크’(8월·829가구),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9월·751가구) 등이 줄줄이 입주한다.

이들 아파트 또한 전셋값이 흔들리면서 세입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다음달 입주하는 신반포자이 전용 84㎡ 전셋값은 최근 1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달 들어서만 2000만~5000만원 정도 전셋값이 떨어졌다. 이 주택형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14억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는 벌써부터 8억원대 전세 물건이 나오는 중이다.

새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26%를 기록해 16주 연속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본다. 하반기부터 서초구에서만 1만 가구 가까운 재건축·재개발 단지 이주가 본격화돼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반기엔 이주수요가 없다 보니 전셋값 하락이 더욱 두드러졌다”면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한신4지구, 방배6·13구역 등의 이주가 진행되면서 서초구를 비롯한 강남 전체 전세시장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