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보완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는 25일 “현장 단위로 적용되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등의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협회는 이날 국회 4당 정책위 의장과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에 근로시간 단축 보완대책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설업계는 오는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대다수 건설현장이 예정된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산업연맹 소속 9개 대형 건설사의 건설현장 근로시간은 주 61시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건설 현장은 주당 근로시간이 평균 67시간에 달했다.

최상호 건설협회 기술정책실장은 “건설산업은 업종 특성상 여러 사업 참여자와의 협업이 필요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 방안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연속작업이 필요한 공정도 많아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시공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원도급 업체(300인)는 주당 52시간이 적용되고, 하도급업체(100인)는 현행대로 68시간이 적용되면 근로시간 불일치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가 의무화되면 도로터널공사의 29%, 공동주택공사의 30%가 공기를 맞추지 못한다.

해외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현지 국가의 근로관계 법령과 계약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어 주 52시간을 고집할 수 없다”며 “해외 건설 수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지역은 여건상 조업이 중지될 때도 많아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건설협회는 건의문을 통해 업체별로 근로시간을 정하지 말고 건설공사 규모를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하되 7월 이후 입찰공고되는 공사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는 단위 기간을 현행 ‘2주, 3개월’보다 늘어난 ‘4주,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기간의 전체 평균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넘지 않으면 주당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또 해외 공사현장에는 적용을 유예해주고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공공공사에는 공기 연장과 공사금액 증액 사유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