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해운대구 센텀시티 단지(왼쪽 사진)와 대구지역 집값 1위인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올 들어 입주 물량이 많은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급락 중인 반면 재건축이 활발한 수성구 집값은 급등하고 있다. 한경DB
부산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해운대구 센텀시티 단지(왼쪽 사진)와 대구지역 집값 1위인 수성구 범어동 일대 아파트. 올 들어 입주 물량이 많은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급락 중인 반면 재건축이 활발한 수성구 집값은 급등하고 있다. 한경DB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45㎡(43층)는 9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연말 실거래가 9억7000만원(40층)에 비해 6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해운대 K공인 관계자는 “입주 물량 급증에 대한 우려로 해운대구 아파트값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37㎡(44층)는 지난달 14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앞서 12억6000만원(48층)에 실거래된 주택형이다. 범어동 A공인 관계자는 “학군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올해 입주물량도 많지 않아 이 일대 아파트 매물이 귀하다”고 전했다.

올 들어 대구 인기 주거지역인 수성구와 부산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해운대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성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해운대구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공급량(신규 입주물량) 과잉 여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공급 넘치는 해운대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작년 가을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그 사이 일부 아파트 주택형은 최고 4억원까지 급락했다. 2015년 11월 17억8000만원대에 실거래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경동제이드’ 전용 169㎡는 2016년 4월 15억3500만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7년 12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져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이 몇 달간 이어지면 대구 수성구 아파트값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있다. 수성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224만원이다. 해운대구 평균(1257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가격 상승, 입주물량 급증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부산 부동산시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3년간 호황을 이어왔다”며 “집값이 너무 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센터장은 “작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2만~2만5000여 가구 안팎의 입주가 이뤄진다”며 “적정 수요량을 9000가구 정도 웃도는 물량이 3년 연속 입주할 예정이어서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공급 폭탄' vs 수성구 '재건축의 힘'
◆재건축 활발한 수성구

대구 수성구 주간 아파트매매가는 지난해 7월 둘째주부터 0.03~0.61%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실거래가격이 1억~2억원 오른 아파트도 흔하다. 수성구 범어동의 ‘e편한세상범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월 11층이 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5억500만원(19층)에 손바뀜된 주택형이다. 인근의 ‘수성3가 화성파크드림 1단지’도 지난해 3월 8억원에 팔렸지만 지난 2월에는 10억원에 거래됐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성구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17년 기준 23.93%다. 반면 재건축이 아닌 아파트는 8.3% 상승에 머물렀다. 대구 재건축 사업의 40%가 수성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아파트값 상승이 가파르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2016년까지 수성구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은 2%대였지만 2017년 들어 재건축사업이 탄력받으면서 10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며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던 비재건축 아파트도 지난해 덩달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물량이 부산처럼 많지 않은 것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 입주물량은 2016년 2만6826가구에서 2017년 2만2679가구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1만3029가구가 입주한다. 내년에는 8489가구로 더 줄어든다. 특히 수성구에선 작년 하반기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전혀 없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학군이 뛰어난 점도 수성구의 장점”이라며 “입주물량이 부족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