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매각 불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본부장급 임원 12명 가운데 6명을 내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향후 실장급 및 팀장급 인력의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어 강한 한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20일 일부 본부장급 임원을 교체하는 보직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임원은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교체해왔다. 인사 시즌이 아니라 연중에 임원을 교체한 것은 대우건설이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이다.

대우건설은 사업총괄 보직을 폐지하고 토목사업본부장,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기술연구원장, 품질안전실장 등 5개 자리에 각각 직무대리를 임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지난해 양호한 연간실적을 기록했으나 해외 현장의 손실 발생으로 연초 목표했던 전망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본부장급 임원 일부를 교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총괄본부장인 이훈복 전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전무는 2016년 대우건설 사장 선임 당시 박영식 사장과 최종 후보로 올라간 바 있다. 내부 인사 가운데 차기 사장 후보군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혀왔다. 이 전무의 보직이 폐지되면서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그간 대우건설 내부 임원에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부실을 이유로 매각작업에서 손을 떼면서 그간의 경영부실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조치는 조만간 이뤄질 대우건설 신임 사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전임 박창민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내부 인사가 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임원진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내면서 외부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번 본부장급 임원의 세대교체로 향후 지속적인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강력히 추진해 미래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