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를 10개월가량 앞둔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소유주들이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평소보다 5개월가량 앞서 임대 물량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집주인들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입주 10개월 앞두고… 강남 새 아파트 세입자 찾는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은 입주 9개월 전이지만 벌써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매물이 15~20개 나와 있다. 전용면적 84㎡는 13억원, 전용 59㎡는 10억원에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더 비싸다.

송파구 가락동의 ‘송파 헬리오시티’(12월 입주)도 10개월 후에 집들이를 시작하지만 전세 임차인을 구하는 물건이 이미 올라왔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8억5000만~9억원을 호가한다.

가락동 K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9510가구가 입주하면 인근 전셋값이 출렁일 것”이라며 “하반기 입주 시기에 맞춰 임차인을 구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집주인들이 먼저 물건을 내놨다”고 말했다.

강남 3구와 인접한 곳들도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7구역을 재개발한 ‘아크로리버하임’(11월 입주)도 전세 물건이 하나 나왔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9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전세 물건이 일선 중개업소에 30여 개 등록돼 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입주하는 마포구 염리동의 ‘마포자이3차’(927가구)는 가구수가 더 많은데도 전세 물건은 3개에 그친다.

전세는 통상 입주 3~6개월 전에 물건이 나온다. 평소였으면 래미안 루체하임이나 송파 헬리오시티 등의 전세 물건은 5~6월에 나와야 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의 입주 물량은 1만5614가구다. 지난해(9750가구)에 비해 60% 늘어난 수준이다. 2008년(3만2167가구) 이후 10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내년(1만5732가구)과 2020년(1만1568가구)에도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올해는 송파 헬리오시티 영향으로 송파구가 1만548가구로 가장 많다. 내년엔 강동구(1만896가구)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 이뤄진다. 올해 강남 3구에서 3만1000가구가 이주를 추진 중이어서 수요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이 40%로 제한된 까닭에 비싼 전셋값을 수용할 수 있는 실제 가구는 공급량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