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서울 위례신도시 일반분양아파트 용지 2개 필지에서도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려다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철회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아파트 용지에 임대아파트를 지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행 법규상으론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분양 아파트 용지, 임대 전환 잇따라 '논란'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를 막아 저렴한 분양아파트를 기다리고 있는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 전환 시도 이어져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월 송파구청에 위례신도시 A1-2블록, A1-4블록 등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이 두 블록은 호반건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입찰을 통해 사들인 일반분양택지다. A1-2블록엔 108㎡ 690가구, A1-4블록엔 108·110㎡ 709가구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13일 오후 5시께 송파구청에 건축심의 신청 접수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한 꼼수란 지적을 의식해서다. 호반건설은 지난 5일에도 일반분양아파트 용지인 A3-5블록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호반건설은 올 하반기께 일반분양으로 바꿔 다시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청약 대기자들은 호반건설의 분양일정에 따라 본 청약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호반건설이 당초 임대 공급을 원한 이유는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임대아파트로 우선 공급한 뒤 몇 년 뒤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 전환하면 가구당 수억원의 개발이익을 더 얻을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데다 4년이나 8년 뒤 분양 전환 시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호반건설은 같은 이유로 앞서 A3-5블록에서도 699가구를 임대 방식으로 공급했다.

호반건설이 임대 전환을 포기함에 따라 공급을 앞둔 위례신도시 내 공공분양 물량들도 임대 전환이 아니라 일반분양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분양을 앞둔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택지는 △A2-13 부영(565가구) △A3-2 우미건설(442가구) △A3-4a 한양(1078가구) △A3-4b 우미건설(921가구) △A3-10 중흥(500가구) △A1-6 계룡건설(502가구) 등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초양극화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들도 인기 공공택지에 몰리고 있다”며 “분양물량이 임대물량으로 바뀌어 청약 대기자들의 기회가 박탈되면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 과열이 식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 놓은 정부

호반건설의 입장 선회를 둘러싼 해프닝은 무엇보다 관련 규정 미비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택지개발업무처리 지침 21조에는 ‘분양 용지를 임대주택 용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건설사들은 이 조항을 활용해 분양 대신 임대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무주택 서민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택지 취지가 무색해지는 빌미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임대 방식으로 공급할 때 별다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임대료 수준이나 구체적인 분양전환 시기, 분양전환 가격 등을 건설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호반건설이 지난 5일 위례신도시에 공급한 ‘호반가든하임’ 전용 101㎡ 임대보증금은 6억2000만원이다. 3.3㎡당 1570만원 선이다. 호반건설이 2016년 LH로부터 택지를 구입한 가격과 건축비 등을 고려한 공급 원가는 3.3㎡당 1700만원 이하로 추산된다. 임대보증금만으로 공사원가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향후 분양전환 시엔 가구당 최소 2억~3억원 이상의 돈을 임차인들로부터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택지 조성 취지에 맞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관련 규정 손질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