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4구역 '실패' 부른 규제… '나인원 한남'서 반복하나
최근 서울 한남동 외인아파트 개발 사업이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거절로 표류하고 있다. 이 사업을 보면서 2000년대 중반 서울 성수동 뚝섬 사업이 떠올랐다. 두 사업은 공교롭게도 ‘강남 집값 급등’이라는 배경과 민간 기업이 곤란을 겪은 게 공통점이다.

부동산개발업체 더피앤디가 2005년 서울시에서 공매로 내놓은 성수동 뚝섬4구역 부지를 낙찰받았다. 예정가보다 400억원가량 비싼 4400억원을 써냈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낙찰받을 당시만 해도 금융권이 우호적이었고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를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강남 집값 상승세가 들불처럼 번지던 시기였다. 정부는 ‘8·31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고위관료가 방송에서 “정부 정책에 반하는 주택가격 상승 여지가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들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게다가 ‘뚝섬4구역’이라는 특정 사업지까지 거론했다. 이후 소송을 제기해 다시금 사업 추진 기회를 잡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듬해 계약금을 몰취당했다. 이후 서울시가 재공매한 땅을 부영이 낙찰받았다.

개발업체인 디에스한남이 2016년 말 국토부 산하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한남동 부지(6100억원)를 매입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인근 ‘한남더힐’ 같은 고급 주택지(나인원 한남)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HUG와 분양 보증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 냉기류가 형성됐다. 디에스한남은 3.3㎡당 평균 6000만원을 웃도는 분양가를 책정했다.

HUG는 강남 재건축과 고가 브랜드 열풍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분양보증을 차일피일 미뤘다. ‘한남더힐’ 대신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3.3㎡당 평균 4750만원)를 분양가 책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거나 한남동 일대 5개 단지 평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결국 HUG는 분양 보증을 거절했다. HUG 측은 “합리적 범위에서 분양가를 정해 재신청하면 보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분양보증을 독점한 공기관의 횡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에 놀란 공공기관이 한남동 고급 주택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과 HUG 분양 보증에 볼모가 된 이 사업은 정부의 입맛에 맞게 분양가격을 내려 다시 분양보증을 신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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