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 중인 가운데 비강남권이 받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올해 준공 30년을 맞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 한경DB
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 중인 가운데 비강남권이 받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올해 준공 30년을 맞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 한경DB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준공 후 30년부터 가능한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면 정작 서울 강남권보다 비(非)강남권 아파트들이 더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압구정동 등은 이미 준공 40년을 훌쩍 넘겨 재건축 연한 강화를 피해갈 수 있는 반면 대상 단지의 85%가 비강남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을 잡기 위한 카드가 오히려 엉뚱한 지역에 더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연한 강화 강남 영향 ‘미미’

2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현행 30년 기준으로 재건축 추진 가시권에 있는 1987~1991년 준공 아파트는 총 24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있는 아파트는 3만7000가구로 전체의 14.9%에 불과하다. 강남 3구에서 재건축 연한 강화로 직접 타격을 받을 단지는 15%에도 못 미치고 비강남권 아파트들이 나머지 85.1%(21만1000가구)를 차지한다. 강남 3구와 가까운 강동구를 강남권(강남 4구)에 포함해도 대상 비율은 20% 미만에 그친다.

준공 연도가 30년 미만일수록 강남권 비중은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개발은 1970~198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대부분 단지가 준공된 지 35년을 넘긴 까닭이다. 1980년대 이후에는 재개발, 택지개발 사업 등을 통해 강북 등 비강남권에 중·고층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준공 20년 이상, 30년 미만의 1989~1998년 건설 아파트는 1249개 단지, 총 42만7983가구다. 재건축 연한이 다가옴에 따라 투자상품으로 떠올랐지만,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곳들이다. 이 가운데 강남권 4구의 아파트는 14.9%에 불과하다.

◆“집값 안 올랐는데 재건축도 막나?”

정부의 재건축 연한 강화 검토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목동, 상계동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8·2 대책으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재건축까지 제동이 걸리게 된 노원 일대에서 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H공인 관계자는 “지금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면 강남에서 30년 넘겨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곳들만 대박이 날 것”이라며 “재건축을 막으면 결국 서울 지역에 공급이 막혀 서울 전체 집값이 다 뛴다”고 말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노원구 일대는 가격도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대출이 막힌 데다 노후된 단지 정비사업까지 늦어질 판”이라며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준공 30년을 맞아 안전진단에 착수하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지역 커뮤니티에는 “제도 개선 전까지 안전진단이라도 신청하자”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행 30년 기준의 재건축 연한에 따른 기대로 가격이 올랐던 곳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시영아파트 등 대부분 강남권 아파트였다”며 “비강남권 단지들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재건축마저 막히면 억울하게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