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재건축 연한 강화와 더불어 안전진단 기준도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서울 시내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추진 절차의 ‘첫 단추’다.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 재건축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빼든 카드 중 하나도 안전진단 기준 강화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안전진단 항목을 세분화하는 등 기준을 강화했다. 구조안전성, 건축마감과 설비노후도, 주거환경, 비용분석 등 4개 항목의 재건축 성능검사를 까다롭게 바꿨다. 예컨대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0.45에서 5.0으로 높인 반면 비용분석 비중을 0.15에서 0.10으로 낮췄다. 즉 구조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재건축 추진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특히 10층 이상의 중층아파트 단지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층단지의 경우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구조가 튼튼해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시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단지로 꼽힌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네 번째 도전 만인 2010년에야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에 착수할 기본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이나 에너지 효율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 주거 여건이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기준으로 완화됐다. 이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크게 늘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