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모리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배당금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대체 투자수단을 마련해 서울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성을 흡수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자는 것이다.

"공모리츠 활성화해야 서울 집값 잡는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체 32조원가량의 리츠 중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도입된 지 16년째지만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비해 상장된 리츠 규모가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모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투자자가 투자할 기회가 없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개미투자자도 소액으로 강남 빌딩, 꼬마빌딩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리츠 도입 취지지만 국내에선 기관투자가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사모리츠만 발달돼 있다”며 “5% 이상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공모리츠가 많이 등장하면 시중 부동자금이 아파트시장에서 리츠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리츠 공모 상장이 활발해지도록 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90% 이상 배당하면 법인세를 감면(소득공제)하고 있다. 취득세 30% 감면은 2014년 말 일몰제로 사라졌다. 공모리츠와 사모리츠의 세제 혜택이 같다. 이런 상황에서 리츠AMC(자산관리회사)가 공모리츠를 추진하기 힘들다. 공모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투자자가 많으면 민원 등 신경쓸 일이 많아져서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부활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 규정 완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모리츠의 상장 요건은 국내 부동산펀드(상장 기준 없음)나 해외에 비해 까다롭다. 위탁관리리츠는 매출(연간 임대료) 70억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임대수익이 주요 수익원인 리츠가 매출 70억원을 넘기려면 대규모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 위탁관리리츠는 자본금 50억원 이상을 충족하면 되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은 자본금 100억원 이상이다. 게다가 예비심사 제도와 질적심사 제도 등을 통해 상장요건을 갖췄으나 상장을 허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매출 기준을 없애고 자본금 규정도 완화하는 상장 규정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상장 규정이나 세제 혜택 등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호 코람코자산신탁 부사장은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인 공모리츠를 활성화하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임대주택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