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격(3.3㎡당 1100만원대)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성수동의 지식산업센터 ‘서울숲IT밸리’. 김형규 기자
매매가격(3.3㎡당 1100만원대)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성수동의 지식산업센터 ‘서울숲IT밸리’. 김형규 기자
전국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3.3㎡(평)당 매매가격이 지난 3분기 사상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달부터 새로 공급되는 지식산업센터의 3.3㎡당 분양가도 최초로 1200만원을 돌파했다. 아직 연 5%대의 수익률이 나오다 보니 실수요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까지 몰리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해마다 분양가 최대 200만원 상승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성수동에서 새로 공급하는 지식산업센터는 총 3개(5개동), 19만8000㎡ 규모다. 이들 모두 3.3㎡당 최저 1100만원 내외부터 분양을 시작한다. 다음달 분양하는 화양동 엠코코리아 부지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3.3㎡당 1180만~124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분양 중인 성수동 ‘AK밸리’의 분양가도 1100만~1240만원 수준이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분양가격은 매년 3.3㎡당 100만~200만원 오르는 추세다. 작년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 들어서도 200만원가량 올랐다. 내년 초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1300만원대에서 분양하는 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 및 투자자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AK밸리는 분양 계약을 받은 지 2주 만에 85%가 팔렸다. 올여름부터 분양 의향서를 적어낸 고객도 분양 호실보다 1.3배 많다. 엠코코리아 부지 지식산업센터 역시 공급 물량의 2배수가 계약 의사를 밝혔다.

성수동 일대 지식산업센터의 평균 매매가격도 지난 3분기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3분기 862만원이던 평균 매매가격은 올 3분기 17.8% 오른 1016만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인기를 끌자 시행사들은 신규 개발 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규모 부지가 부족하다 보니 연립주택 여러 채를 매수해 지식산업센터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매매가, 1000만원 넘었다
◆수익률 연 5%대 하락

성수동 지식산업센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중교통 여건이 좋아서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강남권에 사무실을 둔 중소규모 업체들이 최근 2~3년간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한 성수동 지식산업센터로 대거 이동했다.

성수동 한라에코공인의 정경진 대표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는 공장이 아니라 사무실”이라며 “부촌 이미지가 있어 자산가를 위한 세무 법무 등 상담 및 컨설팅을 하는 업종 등의 입주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5개 실이 필요한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6~7실을 동시에 분양받거나 한 개 층을 통째로 분양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실률이 낮고 임대료도 높아 3~4년 전부터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도 매입에 가세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업체인 유앤아이디벨롭먼트의 박언기 부사장은 “오피스텔을 웃도는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수익형 부동산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률이 연 5%대로 하락하면서 투자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수익률은 5% 초반대다. 2년 전 연 7%까지 수익률이 나왔으나 분양가와 매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분양가격이 3.3㎡당 1300만원을 넘어서면 연 수익률 5%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임대료가 하향 조정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수동에선 1~2년 전 분양된 지식산업센터 5곳이 순차적으로 입주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입주 충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기존엔 임차인 모집에 1개월 정도 걸렸으나 지금은 1개월15일 정도로 늘어났다는 게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성수동 새싹공인의 김성혜 대표는 “월세보다 이자가 적으니 세입자로 들어오려는 기업들이 매매 물건을 많이 찾는다”며 “임대용 물건은 소화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