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서울 집값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소득 기준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웬만한 맞벌이 부부는 소득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특별공급분이 사실상 그림의 떡인 까닭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두 배(공공택지 30%, 민간택지 2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혼인 기간 5년 이내, 1자녀 이상 무주택가구인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도 앞으로 혼인 기간 7년 이내인 무자녀가구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 488만원) 이하 가구에만 청약 자격을 주는 게 문제다. 맞벌이 부부는 120%를 적용받아 586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부부 합산 소득이 이 금액을 넘는다.

소득 기준을 맞추는 이들도 서울에서 청약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적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한도도 줄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전용면적 59㎡ 7가구) 분양가는 11억원에 달했다. 건설회사 보증으로 일부 대출을 받더라도 최소 현금 7억원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매입할 수 있다. 3.3㎡(평)당 분양가가 2000만~3000만원을 넘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공급조차 본인 소득은 적지만 재력가 부모를 둔 ‘금수저’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부가 대기업에 다니며 맞벌이를 한다 해도 이 돈을 자력으로 마련하긴 쉽지 않다”며 “소득 기준 완화 없이는 현금 부자들만 시세 차익을 보는 ‘그들만의 리그’가 서울 청약시장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