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다 끝난 모델하우스 앞 '밤샘 줄서기' 왜?
아파트 1순위 청약자격 요건 강화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자 부적격 당첨자가 뱉어내는 미계약 물량을 잡기 위한 밤샘 줄서기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서울 강동구청역(지하철 8호선) 인근 ‘힐스테이트 암사’ 모델하우스 앞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미계약 물량을 잡기 위해서다.

이 아파트에선 25% 이상의 부적격 당첨자가 나왔다. 건설사들은 부적격자 물량을 우선 예비당첨자에게 공급한다. 그래도 팔리지 않은 물량은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전에 ‘내집마련 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우선권을 준 뒤 선착순으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첨자 가운데 청약 부적격자가 25% 이상이었다”며 “내집마련 신청자 추첨, 선착순 분양 등을 거쳐 현재는 95% 이상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12.25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미계약 물량이 20여 가구 나온 것은 부적격자 당첨 비율이 높았던 탓이다. 부적격자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나온 11·3대책 영향이다. 정부는 서울 등 전국 37개 ‘조정대상 지역’에서 1순위 청약자격을 세대주로 제한했다. 또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했거나 최근 5년간 당첨된 적이 있는 세대주와 세대원은 1순위에서 배제했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이들이 청약에 나서면서 10% 안팎이던 부적격 당첨자 비율이 20%대로 올라섰다.

이는 당첨 자격이 있는 실수요자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추첨에서 정작 청약 자격을 갖춘 이들이 떨어지는 것이다. 건설사로서도 분양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자칫 미분양 현장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면 미분양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부적격자 역시 청약통장을 다시 쓸 수 없게 되고,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