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오르던 제주 부동산 '숨고르기'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의 거침없던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제주 아파트 매매가는 1년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하락폭이 크진 않지만 급등세에 제동이 걸린 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열 양상을 보이던 제주지역 주택 가격이 당분간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값 23개월 만에 하락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아파트 가격은 평균 0.02% 내렸다. 올 1월 2.39%, 2월 1.79% 급등하며 올초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셋값도 주간 기준으로 지난 3월14일부터 보합세로 돌아선 뒤 4월4일 0.07% 내린 데 이어 이후 미미하지만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은 매매가격의 선행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신호”라고 말했다.

상승세를 거듭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은 지난 4월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지난 2월 4억6000만원에 팔린 제주시 노형동 ‘뜨란채아파트’ 전용 75㎡는 두 달 뒤인 4월엔 4000만원 떨어진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오영수 삼화지구공인중개소 대표는 “호가는 작년보다 좀 더 높게 나오는데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는다”며 “수요자들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한 제주 토지 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노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괜찮은 땅은 3.3㎡당 약 100만원 정도로 오르다 보니 웬만큼 땅을 사려면 20억원은 있어야 한다”며 “워낙 비싸 물건이 나와도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묻지마 청약’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지난달 주변 집값보다 싸게 분양된 제주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한화 꿈에그린’(3.3㎡당 859만~890만원)은 1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218 대 1에 달한 반면 3.3㎡당 1015만~1190만원에 공급된 ‘오라동 벽강하이본 타워4차’는 1순위 경쟁률이 0.18 대 1에 그쳤다. 3.3㎡당 1739만원인 ‘서귀포 데이즈힐’ 타운하우스는 지난달 33가구 모집에 청약자는 3명에 불과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제주의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올초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엔 제주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온 중국 투자자 중 일부가 발길을 돌린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옥 오라공인 대표는 “제주 전 지역이던 투자이민 적용지역이 올해부터 관광단지로 제한되는 등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면서 중국인 투자자 상당수가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대신 “육지에서 오는 투자자는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제주도가 건축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시장엔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고 외부 이주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 제주는 여전히 주택이 부족한 상태”라며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일부 조정을 받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크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리서치센터장은 “제주 부동산 시장에서 일부 조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조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