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기자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제쇼크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가 투자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고수익 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에 강한 ' 섬 상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섬 상권’은 특정 지역에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고도로 집중돼 섬 모양처럼 형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한 곳에서 외식, 쇼핑, 문화생활 등의 복합소비가 가능하다. 때문에 지역 소비층의 외부 유출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대규모 주거지역이나 학교·관공서 등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곳에 조성되곤 한다. 상권 범위가 주변 부동산에 막혀 한정적이고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넘치는 수요에 비해 상가 물량이 제한적이다. 매수·임차 수요가 꾸준하며 불경기에도 매출이나 임대 시세에 큰 변화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철산 로데오거리’는 이 같은 ‘섬 상권’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철산역 상권’으로도 불리는 이 곳은 4면이 7000여 가구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 싸여 있다. 상권에 대형마트와 시장, 극장 등 유력한 인구유입시설이 들어서 있는데다 ‘오리로 854번 길’을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집중돼 있다.
상가 투자, 안정성 높은 ‘섬 상권’ 어때요?
권리금이나 임대료 수준도 같은 수도권 남부지역에 비해 높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철산동 점포 평균 권리금은 1억2908만원으로 수도권 남부의 8947만원에 비해 44.27%(3961만원) 높았고 월세도 343만원으로 수도권 남부의 260만원에 비해 31.92%(83만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 권리금은 2008년 이후 1억1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경기도 안산의 ‘중앙동 상권’이나 안양의 ‘안양1번가 상권’도 전형적인 ‘섬 상권’으로 분류된다. 이들 상권 역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도보 접근이 쉬운데다 넓지 않은 범위에 상가가 집중돼 있어 주말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등 임대업과 자영업 여건이 모두 좋다.

안산 중앙동 상권은 북쪽과 동쪽으로 8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안산시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 오피스타운이 위치해 있다. 상권 자체가 1990년대부터 활성화됐지만 남쪽이 지하철 4호선 중앙역으로 막혀 있어 상권 범위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평균 권리금은 수도권 남부 지역보다 33%(2953만원) 높은 1억1900만원 선이었다.

안양1번가 상권은 동북쪽에 50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나머지 3면도 빌라 및 단독주택 등 주거시설로 둘러 싸여 있다. 지하철 1호선 안양역이 상권과 직면해있고 백화점과 극장, 대형쇼핑몰이 상권 가까이에 입지해 있어 인근 거주민은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비층이 많다. 지난해 평균 권리금은 1억800만원으로 역시 수도권 남부지역 대비 20.7%(1853만원)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가분양 시장에서도 ‘섬 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 회수가 용이하고 투자자는 공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겉모양만 ‘섬 상권’으로 보이는 지역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나 임차를 결정할 때 현장답사를 거치는 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 아파트 가구 수는 많지만 걸어가도 될만큼 가까운 거리에 성격이 비슷한 상권이 있어 수요가 분산되는 상권, 반대로 가구 수가 적어 충분한 배후소비층이 형성되지 않은 상권, 별다른 인구유입 시설이 없어 신규 수요창출이 어려운 곳은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점포라인 염정오 상권분석팀장은 “특히 ‘섬 상권’에 있어서는 안정성을 더해주는 배후소비층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가구 수, 소득 수준, 주요 인구유입 시설 등의 요소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광교 상업시설' 조감도(분양문의 1670-1221)
'힐스테이트 광교 상업시설' 조감도(분양문의 1670-1221)
현재 수도권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섬 상권’ 상업시설 분양이 활발하다. 이미 상당수 점포가 계약됐고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해지면서 잔여 물량 소진도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광교신도시 호수공원에 ‘힐스테이트 광교 상업시설’을 분양 중이다. 호수공원 자체가 인파를 모으는데다 실제 수변 상업시설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공급자 우위의 상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근에 들어설 광교 컨벤션센터 내에 도서관, 소극장 등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2019년 예정 물량까지 모두 포함하면 7000가구 규모(민영 및 임대, 오피스텔은 제외)의 아파트 대단지가 공원 주변에 들어서게 된다. 더구나 호수공원 상권은 지역 내 상권들과는 성격이 크게 달라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후소비층이 두터운 ‘섬 상권’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송도 캠퍼스타운 애비뉴’를 분양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5·7공구 M1블록도 섬 상권 형성이 유력한 지역이다. 주변에 약 32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캠퍼스타운 자체 아파트 1230가구(2016년 예정)와 ‘송도아메리칸타운아이파크’ 830가구(2018년 예정) 조성이 끝나면 도합 5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촌 중심지에 자리하게 된다.

한화건설이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상가’를 분양하는 서울 은평뉴타운도 ‘섬 상권’ 형성이 유력한 곳이다. 구파발역과 가까워 은평뉴타운에 포진한 1만5000여 가구 규모의 배후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은평구 유력 상권인 ‘연신내 상권’이 가까이 있지만 은평뉴타운에서 연신내로 가는 길에 오르막이 있어 소비 유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