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빚’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국가부채 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대부분 60% 밑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 이하여서 충격 흡수 여력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작년 10월 말 주택 가격이 평균 20% 추가 하락하는 사태를 가정하더라도 은행 등 제1금융권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가부채 수준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불황기 경기진작을 위해 ‘제로(0) 금리’ 정책을 시행하며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고 각종 도시재생사업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 조세부담률은 낮게 유지하면서 높은 복지 수준을 유지한 것도 고령화와 결합해 국가부채를 크게 불렸다. 김학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는 경기 안정을 위해 1990년대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를 감내했다”며 “그 결과 2011년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5.3%에 달했다”고 말했다.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화폐를 마구 찍어내다가 1달러가 300조 짐바브웨달러에 이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짐바브웨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2011년 150.9%)보다 훨씬 높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의 정부부채 비율(102.2%)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아직 양호한 편이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재정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비영리 공공기관의 빚을 포함할 경우 468조6000억원으로 GDP의 37.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420조원 수준이다. GDP 대비 34.6%다. OECD 평균(102.9%)보다 훨씬 낮다.

그렇다고 안심할 건 아니다. 한국의 국가부채 통계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 130조원을 포함한 ‘시장형 공기업’의 부채 등이 빠져 있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자문위원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부담이 폭증할 경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우리가 세계 몇 위로 성장했다는 ‘정신적인 거품’에 도취해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를 철저히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