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도 않던 부산 광주 울산 포항 등의 지방 미분양 시장이 수도권에 이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게는 1~2년간 매기가 뚝 끊겼던 미분양 아파트가 최근 속속 팔려 나가고 있다. 두 달 새 300여채를 판 단지도 생겨났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48㎡ 이상 중대형 아파트 1788채가 들어설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 더 제니스'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비수기인 지난 7~8월에만 150채 이상 팔렸다. 이달에도 벌써 60여채의 계약이 추가로 이뤄졌다. 인근에 들어서는 1631채짜리 해운대 아이파크 역시 최근 석 달 새 300채 이상 팔리면서 계약률 90%를 훌쩍 넘겼다. 분양대행사 '더 감'의 이기성 대표는 "하루 평균 7~8 채가 거래된다"며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아닌데 모델하우스를 직접 찾아와 미분양을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 들어서는 풍림 아이원의 경우 두 달 만에 340여채의 미분양 물량이 팔렸고,울산에서 대우건설이 2년 전 분양한 유곡동 푸르지오 역시 지난달에만 50여채가 주인을 찾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미분양이 슬금슬금 팔려 나가더니 7월 20여채,지난달에 50여채가 팔리는 등 미분양 소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며 "110㎡(옛 30평)대 미분양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년 전 1만여채를 한꺼번에 공급한 광주 수완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초기 분양률이 40%를 밑돌았던 우미2차 아파트의 경우 866채가 모두 주인을 찾았고 이미 95%는 입주까지 마쳤다.

수도권에 이어 이처럼 지방 미분양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공급 과잉으로 1~2년간 신규 분양이 거의 없었던 데다 경기 회복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양도세 감면 혜택 등 각종 규제 완화,가격 할인 등에 따른 기대심리가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호전돼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권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7월 말 현재 11만6176채로 여전히 많은 수준이지만 전달보다 3.2%,작년 말보다는 16.2% 줄었다. 지방권 13개 시 · 도 가운데 제주 · 충남을 빼고 모두 감소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