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는 '장기대책'..단기 안정엔 `역부족'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 분산해야


정부가 23일 내놓은 전세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을 안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대책이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년 되풀이되는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에 입주 물량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전세 시장이 들썩이는 것은 재개발과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며 "수요 증가가 전세난의 핵심인데도 정부가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정부의 전세 대책이 전세 자금이 부족해 외곽지역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경감 효과만 있을 뿐 전세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사후약방문' 성격이 강하고, 공급 확대는 장기대책이어서 당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올 상반기에만 송파구의 전셋값이 22% 상승했고 과천이나 화성은 20~30% 올랐는데, 정부가 대책을 좀 더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그러면서 "공급 측면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은 6개월 내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 가을에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기도 일대의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 해도 서울은 공급이 부족해 국지적인 전세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피스텔 바닥 난방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공급물량을 확대할 수 있지만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한 2~3년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의 전셋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설계가 끝나고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인 오피스텔까지 바닥난방을 하기 위해 설계변경을 추진할 경우 단기 입주 물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즉각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대출 지원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늘리는 조치 등은 전세 입주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으로 전세 수요 분산과 장기적인 내집마련 확대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는 특히 내년 이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및 수도권의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재개발로 올해 서울에서만 3만여 가구가 멸실되고, 내년에도 4만여 가구가 철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을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장은 31개, 1만837가구에 이른다는 한 정보업체의 조사 결과도 있다.

박원갑 소장은 "전세시장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재개발, 재건축 탓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를 적절히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주택공급을 늘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전세난을 해소하는 장기적 해법은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라며 "민간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 자금 지원을 재개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