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28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사업인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에서 대림,성원,동원 등 서부이촌동 내 3개 아파트 단지가 대상지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일대 부동산 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철 용산구 부구청장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에서 이들 3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통합개발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구청에 냈다"며 "이에 따라 이들 3개 단지를 존치하는 내용의 지구 지정안을 내달 서울시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득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도 이와 관련, "(3개 단지를 빼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용산구에서 지구 지정안이 올라오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 반대가 원인



서울시와 용산구가 이처럼 특정 아파트 단지만을 제외키로 한 것은 이들 단지 3곳에서 통합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시행 중인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별로 설립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용산역세권개발 직원과 주민들 간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바람에 이주 대책에 대한 홍보나 협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이대로 사업을 질질 끌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용산구가 차라리 대상지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으로의 운명은



서울시는 이들 3개 단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중에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이미 현재 용적률만도 300%에 달해 재건축은 어렵고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아울러 이들 3개 단지를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한강변이라는 입지를 고려할 때 일단 재건축 연한이 될 때까지 기다린 뒤 향후 도시계획사업으로 공원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업무지구 내 아파트 입주권은 사실상 받을 수 없게 된다. 현행 서울시 조례는 도시계획 사업으로 인해 철거되는 가옥에 대해 감정평가를 통한 보상금과 소정의 이주 정착금 및 임대주택 입주권만을 주도록 돼 있다.

◆부동산시장 영향은


이들 단지는 2007년 국제업무지구와의 통합개발이 발표된 후 집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존치가 최종 결정되면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부이촌동에서 영업 중인 A공인 관계자는 "2006년 대림아파트 79㎡(24평)형의 가격은 3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억5000만~9억원을 호가한다"며 "이는 대부분 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로 인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서부이촌동은 교통이나 학군 등에서 현저히 낙후돼 있기 때문에 만약 존치가 이뤄진다면 아파트값은 주변 시세인 4억~5억원대(79㎡형 기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