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만 해도 3.3㎡당 8000만원이던 봉은사 옆 '커피빈 빌딩'이 현재는 1억5000만원까지 뛰었죠."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사거리 주변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 종사자의 말이다. 그는 "삼성동에선 최근 한국전력 부지 일대 개발계획이 전해지자 몇 년 전 국제업무단지 개발계획 발표로 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던 용산 한강로 일대처럼 부동산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공사가 한창인 이면도로에 있는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문적으로 빌딩 거래를 하는 '꾼'들이 인근을 벌써 한번 훑고 지나갔다"며 "우리처럼 아파트나 거래하는 중개업소들은 물건을 만지지도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3.3㎡당 1억~1억5000만원,부르는게 값

삼성동 일대는 한국전력 부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인 데다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9호선이 2013년 말 개통키로 돼 있어 땅,빌딩,단독주택 할 것 없이 모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3.3㎡당 7000만~8000만원 선이었던 봉은사 앞 빌딩들이 3.3㎡당 1억~1억5000만원까지 뛰었고,아셈타워 사거리 부근 단독주택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올랐다. 장현오 서울강남올 공인중개 대표는 "풍림아파트 맞은 편의 2종 주거지역 단독주택을 주인이 3.3㎡당 1억원에 내놓았다"며 "주변 시세가 3.3㎡당 6000만~7000만원 선인데 수요가 받쳐주다보니 주인이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함께 이전할 예정인 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 주변 도로 빌딩들도 매매가격이 100억원 미만인 물건을 찾기 힘들다. 최소 대지 규모가 214㎡(65평) 이상인 중 · 대형 매물들이 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보다는 백억원대 큰손들이 입질을 하고 있다고 주변 중개업소는 전했다. 현재 3.3㎡당 가격은 8000만원 선이지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1억원 이상으로 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전 반경 2㎞ 이내 가격 '들썩'

이처럼 삼성동이 들썩이는 것은 그동안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가격이 치솟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잠실동 롯데월드의 경우 준공 후 2년 동안 땅,빌딩,단독주택 등 거의 모든 부동산 가격(공시지가 기준)이 75% 이상 올랐고,일원동 삼성의료원이 들어선 이후 인근 부동산이 65%나 뛰었다.

삼성동의 경우 2013년 말 지하철 9호선 개통 이후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되고 장기적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까지 지나가면 강남의 핵심 상업지구로 변모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해 한전 부지 주변의 2종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게 되면 용적률이 지금의 두 배인 400%까지 올라간다.

◆9호선 라인따라 가격 급등

현재 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는 곳은 9호선 라인이다. 삼성동 공인중개업소에는 지하철 9호선 지도를 들고 돌아다니며 물건을 찾는 손님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차병원 사거리에서 라마다호텔을 거쳐 아셈타워까지 이어지는 9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빌딩값이 오르고 있다. 두꺼비 공인의 임응재 중개사는 "최근 투자 문의가 급증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거래만해도 수십 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달 초 한전의 부동산투자업 진출에 따른 법규 개정 문제로 한전부지 용도지역 변경이 보류된 상태고,이에 따라 7월1일 변경될 것으로 예상됐던 코엑스 맞은 편 2종 주거지역 용도변경 건도 연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한전 부지 이전은 오래 전부터 오르내리던 호재라 시세에 많이 반영된 편"이라며 "먼저 들어와 치고 빠지는 투기세력이 있기 때문에 성급한 투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