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서울 은평구 일대

서울 은평뉴타운의 '제3차 청약대전'이 다가오면서 은평구 주택시장 전체가 주목받고 있다. 은평뉴타운 2지구 B · C공구에서는 1349채(전용 59~167㎡형)가 이달 말께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이뤄지는 대규모 공급이다.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만점(84점)이 나왔을 정도로 관심이 높은 은평뉴타운(총 1만6172채)은 은평구 전체 집값의 기준이다. 은평뉴타운 인기가 뜨거우면 인근 주택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르게 마련이다. 인천의 송도나 청라처럼 은평뉴타운도 청약 열풍이 뜨거울 전망이다. 북한산 자락의 쾌적한 자연환경과,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저렴한 분양가가 최대 장점이다. 당첨만 되면 1억원 이상 웃돈이 보장된다는 게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계의 분석이다.

은평뉴타운 분양을 앞두고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인 은평뉴타운의 태영공인 안정미 중개사,불광동 모든공인 최학주 대표,수색 · 증산뉴타운 주진규 대표 및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과 함께 은평뉴타운~불광동 재개발구역~수색 · 증산뉴타운을 둘러봤다. 이들은 교통과 교육 여건을 아쉬워했지만 개발 호재와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더 이상 집값이 급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수요자라면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은평뉴타운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고양시의 지축지구 및 삼송지구와 접해 있고 최근에는 고양시내 원흥지구(보금자리주택) 계획까지 발표돼 서울 서북부 주거단지의 핵심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집들이에 들어간 은평뉴타운 1지구 매물호가는 전용면적 60㎡(공급면적 24평 안팎)형이 3억5000만원,전용 85㎡(공급 33평 안팎)형은 5억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연초보다 주택 크기에 따라 5000만~1억원 이상 올랐다. 태영공인 안정미 중개사는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퍼져 집값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시세보다 많이 싼 급매물도 잘 안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김일수 팀장도 "고양 삼송지구 등에서 토지보상이 시작되면 은평뉴타운으로 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달 말 이뤄질 2지구 청약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지구보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가깝고 분양가도 이미 공급된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3.3㎡당 1000만~1400만원)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싸기 때문이다. 전매는 내년 2월 입주 후부터 가능하다.

다만 은평뉴타운은 교통과 교육환경은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도심권이나 여의도 강남권 등 주요 업무지역 어디든 닿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 3호선은 한계가 있고 은평뉴타운과 서대문을 잇는 통일로는 상습 교통체증 지역이다. 학교시설도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가 내년 봄 개교할 예정이지만 학군이 좋지 않다.

반면에 불광동 재개발지역은 편의시설과 교통 등 기반시설 부문에서 은평뉴타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계획적인 개발이 어려운데도 집값이 은평뉴타운과 맞먹는 까닭이다. 불광동 현대홈타운 매물은 전용 60㎡형이 3억4000만원,85㎡형이 5억3000만원 정도를 호가한다. 불광동은 은평뉴타운보다 서울 도심권에서 4㎞ 정도 가깝고 지하철 6호선 불광역도 이용할 수 있다. 대성고 충암고 숭실고 등 학교도 많은 편이다.

재개발 지분 가격은 규모가 가장 크고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불광 5구역이 33㎡ 기준으로 3.3㎡(1평)당 2000만~22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모든공인 최학주 대표는 "은평뉴타운이 교육과 교통이라는 아킬레스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반사이익을 보는 불광동 집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색 · 증산뉴타운은 상암DMC의 특급 배후지역으로 경의선 복선전철(다음 달 개통 예정)과 지하철 6호선 및 인천국제공항철도(2011년 개통 예정)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이다. 천지인공인 주진규 대표는 "개발 호재가 많아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지분값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수색역에서 가까운 수색9구역과 증산2구역은 대지 지분 33㎡형짜리가 3억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김일수 팀장은 "상암DMC 안에 언론사와 첨단기업이 입주해 상권이 고급화되면 지역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도 거래는 1년째 주춤하다. 주 대표는 "땅값으로 3억원을 쓰고 추가부담금 2억~2억500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분양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라면서도 "조합원은 인기가 많은 전용 85㎡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고 좋은 층과 방향을 고르는 데도 유리해 사업속도가 빠른 곳을 중심으로 구입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수색 4 · 6~9구역이 조합설립을 마치고 일부는 시공업체를 정한 상태다.

김일수 팀장은 "은평구는 집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환경이 쾌적한 편이지만 강서권이나 동북권처럼 서울 주요 개발축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