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에 이어 은행과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역의 부실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채권 처리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가 파악한 금융권 전체 PF대출은 전국 2443곳에 걸쳐 8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저축은행 대출 12조2000억원 중 부실화된 PF채권 1조7000억원은 지난 2월까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을 완료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은행 등 1금융권과 보험,증권,카드 등 제2금융권이 보유한 PF대출 69조5000억원 중 부실 우려가 높은 악성채권들이다.

금융위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1667개 사업장 중 10%에 해당하는 165곳이 공사가 중단됐거나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장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4조7000억원으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우선 가장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카드인 캠코를 통해 이 중 상당액의 채권을 우선 매입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캠코의 자본금을 2000억원 증액,부실채권 인수 여력을 키운 것도 이를 위해서다.

캠코는 이달부터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들 PF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일단 금융회사와 협의,적정 할인금액으로 부실채권을 산 뒤 향후 매각대금을 갖고 손익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의 매입 규모는 금융사와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구체적인 액수를 말할 수는 없지만 금융권이 원할 경우 4조7000억원 전액 매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현재 저축은행이 PF대출 사업장의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해 지원하는 'PF대출 자율 구조조정 협약'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금융회사에서 PF대출 사업장의 정상화 추진 계획을 제출받아 매달 점검하고 자율 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으로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그동안 부동산 경기악화와 함께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지목돼온 부동산PF 대출의 부실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이병건 신영증권 금융팀장은 "선제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PF 대출채권을 매입하면 시장의 불안을 덜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