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국제타운 공인중개 사무실.한 투자자가 중개사와 상담을 마치고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이 투자자가 산 물건은 용산 근처가 아닌 마포구 아현뉴타운 3구역의 조합원 지위다.

109㎡(33평)형에 입주할 수 있는 이 물건의 현재 가격은 6억원 선.작년 말 5억7000만~5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올 1월 6억8000만원까지 회복했다가 최근 다시 하락했다. 추가 분담금 등을 제외한 실투자액은 3억원가량이다.


원래 이 사무실에서는 주로 시티파크 및 파크타워 등 대형 주상복합이나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이슈화된 국제빌딩 주변 3,4구역 내 재개발 지분 등을 거래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이들 물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래가 끊긴 상태다. 대체로 주택형이 커 투자금액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용산참사가 아직 현재진행형인 점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영훈 국제타운공인 소장은 "국제빌딩 주변 3,4구역이나 용산역 전면 2,3구역 같은 경우 조합원 지분 가격이 30억~40억원 정도로 금액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가 불투명한 탓에 실투자금 3억원 미만의 물건들만 일부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실투자금이 적은 일반분양 물량의 경우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최근 공급된 용산구 효창동 파크푸르지오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경우 당첨자 발표도 하기 전에 벌써 2000만~3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작년 말 분양된 신계동 e-편한세상도 계약금이 분양대금의 10%에 불과,단기 투자목적의 수요가 몰려 역시 비슷한 금액의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편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시장은 최근 호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 달 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집주인들은 급매물이 빠지면서 오른 매도호가를 고수하는데,매수자들은 지난해 말 수준을 원하고 있어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A공인 관계자는 "4억원대 매물까지 나왔던 시범삼성 105㎡형이 최고 5억6000만원까지 호가가 오르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분당은 방학을 이용해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많은 3월 이후 매수세가 떨어져 가격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판교는 아직까지 매물이 많지 않아 가격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강남 집값 추이를 봐서 투자하겠다는 대기 수요는 차츰 늘고 있다.

용인은 3.3㎡(1평)당 1000만원 이상 받아야겠다는 매도자와 900만원대로 떨어지면 고려하겠다는 매수자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용인시 상현동 B공인 관계자는 "가격을 떠보기 위한 매물이 아니라 집주인이 팔려는 의사가 확실한 이른바 진성매물이 지난 1월 20여개에서 지금은 10개 정도로 줄었다"며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매도자들이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일산신도시의 주엽역 인근 C공인 관계자는 "100㎡형 이상은 '시베리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시장이 냉담한 상황"이라며 "화성 롯데 럭키아파트 106㎡형이 4억5000만원을 호가하는데 4억원이라야 사겠다고 하니 도저히 중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은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사실상 모든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며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감면혜택 등으로 하락폭도 커졌다. 소형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이 떨어졌고 100㎡형 이상은 분양가보다 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이호기/박종서/김평정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