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리센츠 단지.평일인 월요일인데도 5대가량의 이삿짐 차량에서 인부들이 분주히 짐을 나르고 있었다.

인근 하이원부동산 조성의 소장은 "작년 말까지만해도 입주자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달부터 하루에만 30가구 정도가 새로 이사해 온다"고 말했다. 리센츠는 지난해 7월 말 입주를 시작해 연말까지 집주인이 전세 수요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5563가구 가운데 88% 정도가 입주를 마쳐 현재 빈집을 찾기 힘들다.

인근 주공1단지 재건축인 엘스(5678가구)는 85%,시영 재건축인 파크리오(6864가구)는 95%가량이 입주를 끝냈다. 현대금성공인의 구은영 중개사(한경베스트공인)는 "새 아파트 전셋값이 작년 말보다 1억~2억원가량 올라 148㎡(45평)형은 2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서울 전세시장에 '강남의 힘'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서울 전체적으로 2~3월 봄 이사철 특수를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송파구를 중심으로한 강남권은 지난해의 역전세난을 벗어나 전셋값 급등세다.

송파 · 강동,서울 전셋값 상승률의 10배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송파구 전셋값은 2.21%,강동구는 2.73% 상승해 서울 전체 평균(0.2%)을 10배 이상 웃도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울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0.18%)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송파구는 지난해(0.69%)의 3배,강동구는 지난해(0.54%)의 5배가 넘는 수치였다. 강남구도 0.10%에서 0.21%,서초구는 0.12%에서 0.13%로 상승세가 커졌다.

반면 강북권을 비롯한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오히려 상승률이 낮아지거나 하락세를 보였다. 강북권인 노원구는 지난해 2월 0.41%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오히려 0.4% 떨어졌으며 도봉구는 0.46%에서 -0.22%로,강북구도 0%에서 -0.23%로 고꾸라졌다. 강남권과 함께 '버블세븐'의 하나인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0.29%에서 -0.29%로,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가 있는 강서구도 0.20%에서 0%로 내려앉았다.

강북은 '싸늘'…임차인 못 구해 빈집도

이처럼 강남권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송파구 엘스,리센츠,파크리오와 강동구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서초구 반포자이(3410가구) 등 신규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강남권 역전세난을 촉발시켰으나 값싸진 임대료와 새학기 자녀 학군을 위한 강남 진입 수요가 몰리면서 현재는 전세 매물 구하기가 힘들다.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인근 나라부동산의 함백주 대표는 "전세 및 매매 수요자들이 하루에 10여통씩 전화문의를 하는데 입주율이 99%에 달해 매물은 어쩌다 한 개씩 나온다"며 "112㎡(34평)형 이하 중소형 매물은 나오는 순간 수요자들이 계좌이체를 통해 즉시 계약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중 · 소형 전세가는 2억~2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가량 올랐다. 반포자이는 지난해 말 완공돼 입주율이 50%를 갓 넘었지만 중 · 소형은 전세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 84㎡(25평)형 전셋값은 현재 3억원대 초반,116㎡(35평)형은 4억2000만~4억7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1억원 넘게 올랐다.

반면 강북 등 비강남권 전세시장은 싸늘하다.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전세 문의조차 없다"며 "이사철인데도 빈집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 전셋값, 추가 상승할 수도

전문가들은 강남 전셋값이 올 들어 많이 올라 더 이상 급등할 가능성은 적지만,지난해에 비해서는 아직도 가격이 낮아 당분간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강남구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966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939만원이었으며 송파구는 713만원(지난해 2월 725만원),서초구는 776만원(848만원),강동구는 528만원(562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낮다. 반면 강북권인 노원구는 지난달 494만원(492만원),도봉구는 446만(428만원),강서구는 496만원(494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높은 상태다.

임도원/김일규/이기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