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고보자" 고양·용인 미분양 '가계약' 늘어
"무조건 계약할 테니까 좋은 층수 빼주세요. "수도권(서울 제외) 주택의 양도차익에 대한 한시적 비과세 및 세금 감면 정책이 발표된 이후 고양과 용인 김포 등 주요 미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살아나는 조짐이다. 주말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까지 가세,모델하우스가 북적거렸다. 한 사람이 4채 이상 계약하는 등 '큰손'들의 움직임도 일부 포착됐다. 다만 분양 현장을 찾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경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좀더 기다리겠다"며 관망세를 나타냈다.

◆'일단 사놓고 보자'는 가계약 급증

미분양 단지가 몰려 있는 고양시 식사 · 덕이지구에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려 활기를 띠었다. GS건설이 식사지구에서 분양 중인 '일산자이'에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300명 이상이 방문했고 28명이 '가계약'(소액을 걸고 사전 예약하는 것)했다. 정부 대책 발표 전 하루 가계약 인원이 2~3명이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정명기 일산자이 분양소장은 "한 번에 4채를 계약한 사람이 있었고 2채 이상 산 사람도 6명이나 됐다"며 "계약자는 대부분 서울 거주자로 세금 감면 효과 때문에 투자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약자들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양도세 감면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안'이 통과되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100만원이면 계약할 수 있는 데다 나중에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아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층과 향이 좋은 물건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양도차익 50%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 혜택을 보게 될 고양시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미분양 아파트에 주는 건설사들의 혜택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와 식사지구 '블루밍일산위시티'(벽산건설)도 13,14일 이틀간 50건 정도가 가계약됐다. 안진호 신동아파밀리에 분양소장은 "2채 이상 계약한 사람이 4명이었다"며 "계약자 중 절반은 서울 거주자"라고 전했다.

김포지역 상황도 비슷했다. 백인구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 분양소장은 "가계약 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모델하우스 방문객도 5배 정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매수를 망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블루밍일산위시티'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김재숙씨(45)는 "경기 상황이 너무 불확실해 양도세 완화에도 불구하고 좀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일산자이' 분양 현장을 찾은 이영철씨(42)도 "생각보다 분양가가 높은 것 같다"며 "양도세가 완화되더라도 투자가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용인 모델하우스 방문객으로 북적

과밀억제권역이 아니어서 양도세가 전액 감면될 용인에도 주말에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용인 성복지구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는 14일 오전 9시 문을 열기 전부터 방문객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오전에만 200명가량이 다녀갔다.

김은정 분양사무소 대리는 "무조건 계약할 테니 좋은 층수를 빼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문의 전화가 늘어 2명이던 상담직원을 6명으로 확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에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박모씨(47)와 이모씨(45) 부부는 "정부 발표는 돈 있는 사람한테 집을 사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기회에 투자 목적으로 일단 사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의 성복자이1차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방문과 전화 상담이 급증한 것에 비해 실제 계약 건수는 많지 않았다.

이건호 기자/김주완(고양)/김효정(용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