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청약을 받은 전국 126개 단지,5만5375가구를 분석한 결과 3순위에서도 미달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수요층이 두터워 한때 '깃발을 꽂기만 하면 성공한다'던 수도권에서조차 3가구 중 1가구 꼴로 주인을 찾지 못할 정도로 청약미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분양까지 이렇게 맥을 못추는 양상이 계속되면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형업체도 맥 못춰


지난달부터 청약을 받은 전국 126개 단지 가운데 75%를 넘는 95개 단지에서 청약이 미달됐다.

3순위 내에서 마감된 곳은 수도권 23곳,지방 8곳 등 모두 31곳에 불과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도 67개 단지,2만8255가구(특별공급분 제외) 중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된 곳은 △서울 은평뉴타운 △인천 송도신도시 힐스테이트 및 푸르지오하버뷰 △파주신도시 동문굿모닝힐 △용인 흥덕지구 한국아델리움 등 5곳,3407가구에 그쳤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6개월 미만인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3순위 마감단지까지 모두 합쳐도 23곳에 불과하다.

전체 분양단지의 3분의 2에 달하는 44곳에서 미달이 발생한 셈이다.

가구 수 기준으로도 수도권 전체 일반공급분의 34.8%인 9838가구가 미달됐다.

경기도 김포에서는 2925가구(5곳) 중 1822가구가 미달돼 순위 내 미달비율이 평균 62.3%에 달했다.

수원도 1948가구 중 미달물량이 1139가구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 역시 지난 두 달간 은평뉴타운 등 16곳에서 3506가구가 일반분양됐지만 29.6%인 1038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형업체들의 '브랜드 파워'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청약을 마감한 GS건설의 김포 풍무자이는 112~187㎡(33~56평)형 373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34명만 신청해 전체의 90.8%인 339가구가 미달됐다.

대우건설의 파주 봉일천동 푸르지오 역시 110~192㎡(33~58평)형 448가구 중 381가구(85%)가 미달됐다.

◆연말 미분양 12만가구 육박할 듯

주택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방권은 더 심하다.

3순위 안에서 마감된 단지는 10곳 중 2곳에도 못 미쳤다.

지난달 이후 모두 59곳에서 청약신청을 받았지만 3순위까지 모집가구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51곳으로 전체의 86.4%에 달했다.

가구 수 기준으로도 2만7120가구 가운데 1만6464가구가 미달돼 미달비율이 60.7%에 이르렀다.

특히 업계에서 이른바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청약률 20% 미만 단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31곳에 달하는 등 무려 43개 단지가 모집물량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 역시 31개 단지에서 공급물량의 절반 이상이 미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태로는 주택업체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도권 분양시장조차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10월 말 현재 10만887가구로 공식 집계된 미분양 아파트가 연말에는 12만가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