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에 난입해 불법 점거한 지 17일로 5일째를 맞고 있다. 경찰은 건설노조원들을 해산하기 위해 15,16일 두 차례에 걸쳐 병력을 투입했으나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노조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진압에 실패했다.

이처럼 건설노조원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측은 18일부터 건물 내 단전,단수 및 에어컨가동 중지를 고려하고 있다.

포스코측은 "건설노조의 불법점거로 업무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전기와 수도를 계속 공급했으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노조원들의 농성장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노조원 300명을 포함해 15일부터 모두 400여명의 노조원이 농성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2003년 포스코를 볼모로 산업계에 철강 물류대란을 일으킨 포항화물연대가 건설노조와 연대키로 결정함에 따라 사태 해결이 더욱 복잡하게 됐다.

사용자측인 전문건설협회와 건설노조 간 물밑 협상도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노조가 주5일제에 따른 토요 유급 휴무를 요구하고 있어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의 안이한 대처로 포스코 본사를 건설노조의 불법 농성장으로 내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병력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벌어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시위 진압에 차출하는 바람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과 공동으로 19일 포항공설운동장 일대에서 노동자 대회를 열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초대형 트레일러로 포스코 일대 정문을 봉쇄할 계획이어서 2003년 5월처럼 철강재의 육상 수송이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산업계는 초긴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오는 25일에도 포항에서 전국 단위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건설노조 파업 장기화로 휴가철 피서객이 급감하고 시내 상권이 위축되는 등 파업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았다.

포항 향토청년회는 "시민들의 불편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노조의 불법 투쟁을 즉각 중단하라"며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경우 모든 시민단체와 연대해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