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오라클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서 오피스빌딩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 임대 기간이 만료돼 새로 사무실을 얻으러 돌아다녔지만,웬만한 빌딩마다 "임대가 끝났다"는 반응뿐이었다.


이 회사 재경부 관계자는 "한동안 이 일대 빌딩 공실률이 높았던 것만 생각하고 자리를 쉽게 찾을 거라 여겼는데 오산이었다"면서 "적당한 사무실을 못 찾으면 차라리 현재 임대료를 약간 더 올려주고 지금 있는 빌딩에 눌러앉는 방법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서울 주요 지역 대형 오피스빌딩의 빈 공간이 급격히 줄고 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과 여의도 일대가 대표적이다.


또 장기 미분양 상태였던 대불·북평 등 산업단지 내 공장용지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경기 화성 평택 파주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는 공장용 부지 매매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업체인 신영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테헤란로 일대와 여의도 지역 공실률은 각각 2.3%와 4.7%를 기록,전분기에 보다 0.1%포인트와 1.4%포인트 떨어졌다.


이 회사 홍순만 차장은 "강남에서는 스타타워 정도를 제외하면 1000평이 넘는 큰 사무실은 빈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테헤란로 일대에서는 최근 들어 보험사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까지 가세해 빈 사무실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무실 컨설팅업체인 GNE어드바이저코리아 김영제 이사는 "최근 1년 새 은행 증권 보험사들이 테헤란로 일대에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타깃으로 한 지점을 대폭 늘리면서 공실률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릉역 인근 성지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테헤란로 일대에 새로 들어온 보험사 지점만 10여곳"이라며 "100평 정도의 물건은 거의 동이 난 상태"라고 전했다.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하나로텔레콤과 스카이텔레텍을 비롯한 IT업체들이 지난해 말 새로 대형 사무공간을 차지한 데다 사설펀드를 운용하는 개인사업자 등이 늘어 공실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형 A급 빌딩을 중심으로 임대료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의도 S빌딩은 올해부터 임대료를 한 해 4%씩 올릴 계획이다.


강남 테헤란로의 ING타워는 지난해 12월 평당 관리비를 2만5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약 4% 인상했다.


중구 소재 W빌딩은 지난해 초 임대료 인상폭이 2%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4%로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사무실 임대료는 연 2%씩 인상됐지만 올해는 인상폭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관리 업체인 SAMS 이상재 팀장은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 펀드 등이 매입한 대형 빌딩들은 한 해 3~5%씩 꾸준히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2~3년간 신규 공급도 적어 전체적으로 임대료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용지 수요에서도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


대불산업단지 분양률은 2004년 말 54%에서 지난해 말에는 73.9%로 급등했다.


북평산업단지 분양률도 이 기간 중 36.4%에서 68.7%로 높아졌다.


이상은·김현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