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28일 내놓은 '후분양제 시행 로드맵'은 소비자와 공급자(건설사)를 비롯한 주택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전면적인 조기 도입보다는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주공.지자체)부문 시범주택과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전용 18~25.7평 아파트(2004년 상반기) 공공부문 전체(2006년 상반기) 공공택지내 민간 아파트(2007년 상반기) 순으로 후분양제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투기 줄고 소비자 권리 강화 후분양제가 정착되면 우선 분양권 전매시장이 사라져 가수요 등 투기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허용된 분양권 전매제도는 그동안 투기수요를 부추겨 주택시장 불안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 거주할 집을 직접 확인한 뒤 청약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주택업체의 부도 등으로 분양대금을 떼이는 등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분양가 상승,공급 위축 우려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분양가와 기존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후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50% 공정후 분양하면 소형주택 6.2%,중형주택 8.3%,대형주택은 8.4% △완전 준공후 분양하면 소형은 11.1%,중형은 11.6%,대형은 12.1%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선분양제 아래서 분양대금 선납에 대한 이자를 고려한 분양가 실질 상승률은 소형과 대형은 6.1%,중형은 5.6% 안팎으로 추산됐다. 기존 주택의 경우 후분양제 도입으로 신규 공급이 15∼30%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단기적으로 2∼4.1% 상승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택금융 활성화 등 선결과제도 많아 후분양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모기지론 등 장기주택자금 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건설금융 확대 등 민간 주택금융 시장 활성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 청약제도의 경우 실수요자 위주로 운영하되 장기적으로 폐지 시기를 미리 고시한 뒤 청약통장 가입자가 자동 소멸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고,분양가는 민간부문은 자율화하되 공공택지나 기금지원을 받는 공공부문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국토연구원은 제안했다. 하지만 청약제도가 폐지될 경우 기존 가입자들의 집단 반발과 함께 청약경쟁이 또다시 과열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