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일 때마다 정부가 가장 먼저 빼드는 게 바로 '세무조사'라는 칼이다. 돈 많은 일부 투기세력이 부동산시장을 1차 점화시키면 집값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퍼져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판단 때문인데,효과가 워낙 뛰어나 '보도(寶刀)'라고 불릴 정도다. 실제로 정부와 민주당은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내야 하는 투기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현행 양도소득세율(9∼36%)을 최고 15%포인트 인상한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통상 정부가 이정도 방안을 들고 나왔으면 집값은 잡혀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메시지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및 수도권 등 재건축시장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단기급등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금확대라는 극약처방마저 통하지 않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 국세청 공무원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문 투기꾼 수백명 정도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관리해야 할 대상이 수만∼수십만명으로 늘어났다"며 "세금행정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요컨대 단기 투자세력뿐 아니라 일반 실수요자들에게조차 지난해 내내 거듭된 정부의 시장 안정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르는 집값을 보면서 '부동산=불패(不敗)'라는 학습효과가 생겼고,이 때문에 정부정책의 약발이 받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4백조원에 이르는 시중 단기부동자금이 부동산 외에 다른 영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만 비로소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