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강남 건설이요…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 4일 부동산투기 대책으로 '제2 강남'을 2~3곳 건설한다고 발표하자 10여년 전 '강남 수준의 신도시'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입주한 일산·분당신도시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신도시에 실망한 나머지 서울로 돌아오는 'U턴'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10일까지 서울 강남·서초구 고등학교로 전학온 학생은 모두 9백27명으로 지난 2000년 연간 전입학생수 1천2백16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강남 학교의 관계자들은 "주로 신도시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말한다. 신도시 일선교사들은 "그동안 다른 여건이 강남보다 못해도 신도시는 비평준화지역이어서 이른바 명문고교 진학을 기대하고 버텨온 학부모들이 올해부터 신도시도 평준화되자 미련없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당시 건설부는 일산의 경우 통일시대와 국제화시대에 대비한 미래형 자족도시로 개발한다고 했지만 외교단지와 출판단지 같은 핵심적인 자족 기능은 완전히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 출판문화단지를 조성키로 했던 3만3천여평의 부지는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이 추진되고 있어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등 지금껏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최대 외교관 숙소와 외교타운으로 조성하려던 1만여평의 외교단지는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돼 버렸다. 대화동 23만평의 부지에 오는 2013년까지 국제종합전시장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국비 지원은 물론 외자유치 일정도 전혀 잡히지 않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유왕선 고양시민회 대표는 "자족시설 유치는커녕 관리능력이 떨어지고 난개발 압력에 극히 취약한 고양시가 관리업무를 맡는 바람에 신도시는 주택과 여관,유흥 상업시설이 뒤죽박죽인 환락도시로 변질됐다"면서 "행정서비스 등에서 '서울 강남'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게다가 건설교통부의 준농림지 개발 정책으로 신도시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탄현,중산 등 소규모 택지개발지구들이 신도시 기반시설을 이용하고 있어 교통난 등으로 도시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분당의 경우 상업시설 용지로 그나마 자족시설이 들어갈 여지가 있었던 4만여평의 백궁,정자지구마저 주상복합아파트(주거지역)로 변경하는 바람에 도시의 '업 그레이드' 가능성을 없애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건혁 서울대 교수는(도시공학) "제2 강남형 신도시 개발은 강남 거주자들을 끌 만한 환경과 교육 측면의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없다면 또다른 베드타운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은 지역별 기능 개발과 수도권 집중 억제 등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착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희영·이태명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