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가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13억달러 규모의 정리채권을 신고한 것은 동아건설 처리와 관련,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시한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동아건설의 파산에 대비한 채권회수 목적뿐만 아니라 동아건설 처리과정에서 리비아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도록 정부와 채권단을 압박하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리비아는 동아건설이 파산할 경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동아건설보다 재무구조가 우량한 대한통운에서 돈을 받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1백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아 대수로 1.2단계 공사의 계약이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이 함께 구성한 동아컨소시엄(DAC) 이름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리비아가 대한통운을 상대로 채권을 행사하는 단계까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협상을 통해 사태가 해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동아건설의 파산 여부와 관계 없이 리비아 공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세워둔데다 리비아도 동아건설을 대신해 다른 건설업체를 투입할 경우 공기 지연은 물론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게 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건설교통부 건설경제국장은 "리비아는 동아가 공사를 중단하면 클레임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그간 다양한 경로로 정부에 전해왔다"며 "이번 정리채권 신고는 대수로 공사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동아건설의 파산처리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은 리비아측이 신고한 정리채권액 13억달러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보고 있다.

리비아는 대수로공사가 중단될 경우의 손실을 총 23억달러로 산출하고 이중 동아에 아직 지급하지 않은 공사대금이나 유보금 등 11억달러를 제외한 12억달러를 공사 미이행에 따른 손해액으로 계산했으나 이는 지나친 요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아건설 김정동 상무는 "잔공사 추가 등의 이유로 계약서상 올 1월까지인 공기를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한 손실규모는 서로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대형.백광엽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