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언제 사는게 좋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집을 사긴 사야하겠는데 매입시기를 결정하는게 쉽지 않다고들 한다.

당장 무리해서 집장만을 하려니 선뜻 내키지가 않고, 그렇다고 대책없이
기다리자니 갑자기 집값이 급등할 것 같아 꺼름칙하다는 것이다.

올초 별다른 이유없이 집값이 적지 않게 오른 것도 집마련시기를 무작정
늦출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 집을 마련해야 할까.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을 놓고 보자.

수도권에선 지난해말 집값이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분당을 진원지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지역
으로 확산됐다.

집값 오름세는 봄 이사철을 기점으로 꺾여 지금까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이같은 안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부동산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과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들 변수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같은 진단이 웬만큼 맞는다면 지금이 최적의 매입시점은 아니다.

상승세가 꺽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때문이다.

특히 기존아파트를 매입하는 시기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을 잘 골라 분양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직까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집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발상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에 관한한 특수한 나라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탓이다.

그것도 아파트 청약자가 채권을 매입하도록 강요, 차익의 상당부분을
당국이 회수해가고 나머지를 청약자가 갖도록 하는 희안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얘기한다면, 높은 시세차익을 얻기위해선 한마디로
수도권으로 가는게 유리하다.

서울에선 청약을 해도 당첨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어쩌다 당첨된 경우에도 채권을 통해 차익의 대부분을 회수해간다.

가격은 제체두고 교통과 생활여건이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시세차익만을 기준으로 할때 서울에선 당첨되기 어려운 것에 비해
남는게 별로 없는 셈이다.

반면 수도권에선 청약경쟁률이 낮아 당첨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또 채권입찰제가 실시되는 지역이 극소수이다.

교통 및 생활여건개선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많은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수도권이 다 좋다는건 아니다.

굳이 집어 말하라면 김포 용인 수원 광주 파주일대의 채권입찰제가 적용
되지 않는 곳에서 분양되는 대단위 아파트를 청약할만하다.

이들 지역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대부분 올초 집값이 오르기 전에 땅이
계약돼서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이들지역은 교통여건이 무난하고 개발잠재력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지역을 제대로 고르기위해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고역을 참아낼 수만 있다면 지금도 집을 사기에 그런대로 괜찮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