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주택에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터주대감이 있어 잡귀의
침범이나 재앙을 막아 준다고 믿어왔다.

또 집안에 살고 있는 구렁이, 두꺼비, 족제비 등은 재산을 늘려주는
영물로 여겨 해치거나 내쫓지 않았다.

건물이나 주택은 땅위에 지어지면서 하나의 유기체적인 존재가 된다.

그래서 풍수에서 증축이나 개축을 할 땐 환경적 변화를 우려하여 신중을
기하도록 했다.

단순히 살던 집이 낡았거나 좁아 생활하기에 불편하다고 주택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뜯어고치면 그동안 그 집에서 이룩해 온 가운이 기울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전의 주택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용된 거주자가 구조적으로
변한 새로운 주택 환경에 적응치 못하여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우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영업을 하는 산업용 건물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에를 들면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시설과 비위생적인 여건의 음식점이,
최신식 시설로 치장한 음식점보다 잘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장사를 한곳에서 오랫동안 하였기에 단골손님이 있기는 하겠지만
아무리 보아도 될성 싶지 않은 장소에서 의외로 손님이 많은 것을 보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이처럼 다 쓰러져가는 단층 한옥 건물에서 장사를 잘 하다가 갑자기
최신식 건물을 지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고 이전하였다가 손님이 갑자기
끊겨 파리만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음식맛이 변한 것도 아닌데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이전의 음식점에서
풍기던 자연스런 기운이 신축된 건물의 낯선 분위기로 대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건물의 증개축으로 인하여 거주자가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물론 증개축을 통해 통풍과 채광을 원활하게 만듦으로써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살던 집이나 상가가 그동안 평안했다면 불편한 부분만을
최소한도로 보수하거나 개축하여 마음에 드는 집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증축을 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의 일부만 고치고자 할 때에는
그 부분의 구조만 간단하게 바꾸면 되지만 일단 작업을 시작하고 보면
대대적인 공사가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건물을 부분적으로 수리를 하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쓰고자 할 때에는
기존의 재료와 차이가나지 않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기존의 건물과
새 건물이 이어지는 부분은 다용도실이나 창고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어떤 부분을 늘리거나 구조를 변경하고자 할 때는 무조건 고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균형 감각을 고려해 일부를 고치거나 증축해야 한다.

증개축으로 인해 복된 터를 화근의 자리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