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과거 ‘천안함 자폭 조작’ 주장 사실이 드러나 혁신위원장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 이사장 영입을 최종 결정한 이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한다는 주장이 비명(비이재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서면서 계파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비명계 5선인 이상민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면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겠냐”라며 “이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암호화폐 거래 논란 등 일련의 사태에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 한계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시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이 대표가 심각한 결단이나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래경 사태’가 이 대표 사퇴 요구의 추가 근거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 이사장 영입 시도가 자충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 당 악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을 공개 지지했던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앉히려고 했던 것도 결국 이 같은 비명계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였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반면 이 대표 측근이자 당대표 정무조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 요구가 커지는 데 대해 “‘기승전 이재명 사퇴론’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 대표 사퇴 요구가) 뜬금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 사퇴와 이 대표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도 했다. 앞서 권칠승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이사장 영입 최종 결정을 이 대표가 내렸다고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당 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어떻게 책임을 질지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감 표명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 이사장 영입은 이 대표가 공식 발표하기 전날 저녁에서야 당 지도부, 최고위원들에게 사실상 ‘통보’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혁신위원장 인선 내용을 4일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들었다고 했다. 그는 “혁신위원장 임명은 당 대표 권한이어서 형식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조금 더 풍부하게 이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줬더라면 이런 인사 참사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