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좌), 방송인 김어준/사진=연합뉴스, 한경DB
김건희 여사(좌), 방송인 김어준/사진=연합뉴스, 한경DB
방송인 김어준이 자신이 진행했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건희 여사의 '베일 모자'와 관련해 발언한 것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22일 방심위와 이종배 서울시 의원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9일 열린 제17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통령 배우자의 복장에 대해, 진행자가 왕실의 여성들만 착용하는 복장이라거나 타국 여성 조문객들은 착용하지 않았다는 둥 불명확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해 시청자를 오인케 한 것은 관련 심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9월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 여사는 검은 베일이 달린 모자를 착용했다.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김어준은 지난해 9월 20일 방송에서 "영국 로열 장례식에 전통이 있는데 로열패밀리 여성들만 망사 베일을 쓰는 것"이라며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한 다른 나라 여성들은 검은 모자를 써도 베일은 안 한다. 로열패밀리 장례식장에서는 로열패밀리만 한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틀 후인 9월 22일 방송에서 "영국 왕족 장례식에 검은 베일은 왕족의 전통이라 왕족만 했을 거라고 했는데 제가 틀렸다"고 정정했다.

이후 이 위원은 방심위에 "김어준이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 베일 모자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김어준의 발언에 대해 김유진 위원은 "지도자와 그 배우자의 옷차림이라든가 의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착오를 시인한 만큼 '행정지도' 선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옥시찬 의원은 "망사 모자를 쓰고 안 쓰고의 사안이 과연 심의에 올라올 만한 사안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사안이 경미하다고 본다"면서 '권고'로 판단했다.

김우석 위원은 "의전에 관한, 국가원수로서의 의전에 관한 것들에 대한 비아냥과 시비 걸기로 보여서 사실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측면은 확실히 있다"며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저열한 수법을 계속 쓰고 있는데, 내용 자체가 중하고 덜하고보다는 청취자 입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게 구전이 되는 아주 좋은 소재이고, 그런 것들을 잘못 보도한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위원들은 3인이 ‘권고’, 2인이 ‘의견진술’ 의견을 내면서 행정지도 단계인 ‘권고’로 의결했다.

방심위는 방송 심의 결과로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문제없음', '의견 제시', '권고',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 순으로 제재를 가한다. '주의' 단계부터 법정 제재, '권고'나 '의견 제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2016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단숨에 동시간대 청취율 1위에 등극하며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진행자 김어준을 비롯해 패널들의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고, 지난해 12월 30일 종영했다.

첫 방송 이후 종영까지 6년 3개월 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심위로부터 경고 2회, 주의 8회 등 총 10건의 법정 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