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화물의 통관을 고의로 지연하는 등 중국 정부 차원의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30일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압도적 친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선언에 명시된 핵 확장억제 전략에 대해 “북한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중국, 러시아까지 압박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략 자산을 배치하기 위한 핑계”라고 폄하했다.

이어 “북·중·러의 보복은 한국과 윤 대통령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겪게 될 손실은 미국이 제공하는 보호와 투자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에는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가 윤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문제 삼고 나섰다. 6·25전쟁에서 미·중이 맞붙은 장진호 전투를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에 대해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미국의 팔에 안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관영 CCTV는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소재로 한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를 30일부터 긴급 재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부터 중국 내 한국 기업 주재원 사이에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중국 관세청이 내렸다”는 소문이 돌아 한국 외교부가 진위 확인에 나섰다.

이 같은 압박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이) 얼토당토않은 역사 왜곡으로 한·미 정상회담 폄훼에 나섰다”며 “섬뜩한 논평까지 내며 노골적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데, 중국의 지나친 무례함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