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000원 밥상이요? 고맙죠. 근데 그것도 결국 저희 돈 아닌가요? 아침밥보다 일자리가 필요해요.
여야가 지난 3월 말 '1000원의 아침밥' 사업 등을 확대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후 오히려 18~29세 청년층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청년들이 아침밥 사업을 반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진정으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선심성 정책보단 일자리 등 근본적인 경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1000원 아침밥' 경쟁하더니…
'뚝' 떨어진 여야 지지율

한국갤럽 4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만 18~29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18%와 21%다. 양당 만 18~29세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로, 4월 1주차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만 18~29세 정당 지지율.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만 18~29세 정당 지지율.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각각 대학을 찾아 학생들과 '1000원의 아침밥'을 먹으며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후다. 해당 사업은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1000원을 보태고, 나머지 비용은 각 대학이 부담하는 사업이다.

당시 여야 지도부는 청년층 지지율이 부진하면서 '1000원 아침밥' 사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자고 촉구하며 청년층 민심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경희대를 찾아 "(정부의) 지원 단가를 높여 학교 부담을 줄여서 참여 학교가 늘어나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점심, 저녁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광주의 전남대를 찾아 지원금과 지원 대상을 늘려야한다면서 "전국 학교에 주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1000원의 아침밥'을 함께 먹고 있다.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1000원의 아침밥'을 함께 먹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10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10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중요한 건 '아침밥' 아니다"

4월 들어 국민의힘에서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실언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관련 논란 등이 일었고,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일어난 여파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젊은 층에게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의 후행 지표 격인 고용 지표는 최근 국내외 경기 불안에 더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촌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서로 싸우는 와중에도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라고 있는 게 정치 아닌가"라면서 "우리도 바보 아니다. 내년 총선 앞두고 결국 혈세 가지고 생색을 내는 데 표를 줄 수 있겠는가.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라고 항의했다.

또다른 취준생 박모씨도 "양당 모두 내외부로 서로 싸우느라 청년들의 진짜 문제인 일자리 등 경제 문제를 제대로 강구하질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라면서 "아침밥 한끼 먹고 힘낼 수야 있겠지만, 영원히 나오는 밥도 아니지 않는가. 같이 밥 먹고 치킨 먹는다고 청년들이 표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청년들 마음 얻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20대 '쉬었음' 인구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20대 '쉬었음' 인구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실제 각종 통계에서도 이러한 청년들의 걱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쉬었다고 하는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 3월 38만명에 달했다. 전월 대비로나 전년 동월 대비로나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과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하나로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되곤 한다.

그간 전문가들은 일자리 수급 문제를 이유로 지적해왔다. 실제 매년 8월 실시하는 부가조사에서 쉰 주된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내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겨냥해 여야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청년들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청년들에겐 일자리와 같은 실질적인 미래를 그려줘야 한다. 그게 청년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맞는 일이고, 여야가 실제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