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하자 "이 대표는 돈 봉투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많은 부패 혐의와 측근 다섯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 제1당의 대표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을 수 있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는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 대표가 사과한 것은 증거 때문이다.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 '정치 탄압, 기획 수사'라고 지금도 우기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썩어빠진 민주당의 부패상을 드러낸 이번 돈 봉투 사건은 한 번의 사과로 어물쩍 지나갈 일이 아니다"라면서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과 불법 경선에 연루된 부패혐의자들을 전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며 "저희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면서 프랑스 파리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총 9400만원에 달하는 돈 봉투를 살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대표 경선 투표 일정이 임박한 2021년 4월 24일 윤 의원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돈 봉투 살포 의혹'은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폰을 검찰이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포착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폰에서 강 협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하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강 협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