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초당적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국내 스타트업을 위한 ‘핀셋 규제 완화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직역단체와의 갈등이 첨예한 의료·법률·세무 등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의 애로를 해소하는 법안을 최근 두 달 새 4건이나 공동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이 표심보다 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위해 정치적 부담을 나눠 지겠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은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 이후 다섯 차례 간담회와 세미나를 열어 스타트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의원들은 의견 청취에 머물지 않고 입법에 나섰다.

유니콘팜이 2월 처음 공동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작년 12월 간담회에서 세무 대행 플랫폼 ‘삼쩜삼’ 등의 고충을 듣고 나온 법안이다. 삼쩜삼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필요해도 현행법에 수집 근거가 없어 불법 소지가 있었다. 이에 유니콘팜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자 본인 동의를 받으면 스타트업도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 발의에는 유니콘팜 의원도 대부분 참여했다.

강훈식 의원
강훈식 의원
지난달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의 건의로 마련됐다. 앞서 국회에서는 ‘의료광고 관련 인터넷 매체는 대한의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심의기구의 의료광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이 추진됐다. 이에 강남언니가 의협 등 직역단체의 자의적 기준에 따른 광고 심의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니콘팜은 협회의 자의적 판단을 제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심의기구를 관리·감독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유니콘팜은 또 미술품, 부동산,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 플랫폼을 ‘문화지식재산금융 산업’으로 규정하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도 공동 발의했다. 제도권 편입을 원하는 뮤직카우, 아트투게더 등 업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4일 발의한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역시 닥터나우 등 스타트업의 숙원사업이었다.

김성원 의원
김성원 의원
유니콘팜은 강훈식 의원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았다. 정회원으로는 민주당 김한규·박상혁·이소영·이용빈·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이용·정희용·황보승희·김병욱 의원 등이 등록돼 있다. 이 밖에 국민의힘 배현진·김형식 의원과 민주당 기동민·신현영·장철민·홍정민 의원도 준회원으로 있다. 비교적 젊은 1970·80년대생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니콘팜 측은 “법안 발의에만 그치지 않고 본회의 최종 통과까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