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필요하다' 43.5%…개헌한다면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 69%
한국행정연구원 정치양극화 국민인식조사
"국민 82% '비례대표 확대' 부정적…'소선거구제 유지'는 55%"
국회가 선거제 개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국민들이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주의적 정치를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 정치 양극화와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다당제로 가기 위한 선거제도 변경으로 꼽히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이 82.2%를 차지했다.

31.1%는 '현재 방식(비례대표 의석 비율 15.7%) 유지'를 선호했으며 '비례대표 폐지, 전원 지역구 대표로 선출'에는 27.1%가,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는 24.0%가 동의했다.

반면 '비례대표를 현재보다 조금 더 증원'(9.8%), '비례대표와 지역구 대표를 1대1로'(5.9%) 등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였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정의 민주성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62.8%로 높은 수준이었다.

"국민 82% '비례대표 확대' 부정적…'소선거구제 유지'는 55%"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55.4%로 절반이 넘었으며 '2인 선거구제로 변경' 23.9%, '3∼5인 선거구제로 변경' 18.2% 순이었다.

지지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소선거구제 유지' 응답이 64.2%로 가장 높았으며 같은 의견을 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59.8%였다.

무당층은 이 비율이 50.2%로 비교적 낮았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기반 다당제 경험과 비례대표 후보 공천의 불투명성 등으로 선거제도 개혁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약하다"고 분석하면서 정당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당제와 다당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56.2%로 다수였다.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에 대해서는 25.9%가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주의적 정치구조'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정당 정치인과 다수 유권자 간 괴리' 19.4%,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후보 공천' 18.2%,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1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 82% '비례대표 확대' 부정적…'소선거구제 유지'는 55%"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1월 15일까지 대면면접으로 이뤄졌다.

개헌에 대해서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한가' 문항에 43.5%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55.5%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어떤 형태의 정부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문항에는 69.4%가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비해 실제 정책 이념 차이는 크지 않았다.

사회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답변은 92.6%에 달했으며 영남과 호남 84.3%, 정규직과 비정규직 82.0%, 부유층과 서민층 80.6%, 대기업과 중소기업 76.6%, 노사 75.3%,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66.2%, 수도권과 지방 65.6%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슈였던 남성과 여성의 갈등에 대해 심각하다는 인식은 44.2%로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국민 82% '비례대표 확대' 부정적…'소선거구제 유지'는 55%"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간 경제·사회적 이념 차이는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 같이 정치화한 이슈는 지지정당에 따라 인식 차가 상당했는데, 이는 근본적 사회균열이 아닌 정치적 동원의 결과에 의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61.8%, 민주당 지지자의 74.1%가 상대 정당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이 비율은 양당제 구도인 미국, 영국보다는 낮지만 대연정 경험이 있는 독일이 2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많이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